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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환 Jan 06. 2023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사법

안녕하세요&하이&싸와디캅

안녕하세요

어릴 때부터 타인에게 건네는 첫마디로 인사를 배웠다. 특히, 어른에게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행동은 착한 어린이의 필수조건이었다. 하지만, 나는 인사를 열심히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칭찬을 받기 위해 동네의 이웃 어른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쉽지 않았다. 낯선 사람에게 대한 경계심? 수줍음? 그게 아니라면 싹수가 없는 아이였던 것 같다. 청소년 시절이 되어서도 인사성이 좋지 못한 학생이었다. 먼저 인사를 하면 패배하는 기분을 느끼는 반항아였기 때문이다. 인사에 대한 거부감은 캐나다 유학 시절에도 지속되었다. 한 학기 동안 즐겁게 대화하고 놀던 친구들이 다음 학기가 되면 모른 척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친구들이 그렇지는 않았지만 교우 관계를 맺은 친구들 중 절반 이상은 그런 태도를 보였다. (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도 사춘기를 겪고 있었지 않을까 싶다)


인사를 아낀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 타인에게 먼저 다가갈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생활은 캐나다에서든, 한국에서든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한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인사'라는 보잘것없는 행위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인사를 무시하는 철없는 생각을 뜯어고치기 시작한 시점은 여행을 시작하면서였다. 길을 잃었을 때, 기념사진을 부탁할 때, 곤란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등 인사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그들에게 뱉은 첫마디는


 Hi

비영어권 국가에서도 미소가 곁들여진 "Hi"는 걸음을 멈추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만으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방법을 깨우친 뒤부터는 인사를 아주 헤프게 하고 다녔다.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런 반복적인 행동은 습관으로 발전했고 인사를 잘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를 발견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유럽의 그리스에서도, 중동의 레바논에서도, 동남아시아의 미얀마에서도, 심지어 일본에서도 그들의 언어로 인사하기보다는 "Hi"를 내뱉었다. 시도한 기억조차도 없다. 속전속결로 여행을 했기 때문에 여유로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을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둘러보는 유형의 여행자에게 현지인들의 언어를 습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연신'Hi'만 외치던 일방통행적 인사법이 바뀐 장소는
다름이 아닌 태국이었다.  꽤나 긴 시간을 태국이란 나라에 머무르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전통 인사법에 녹아졌다.


싸와디캅




우리말로는 '안녕하세요'를 뜻한다. '싸와디캅'은 존댓말이기 때문이다. 친구끼리 인사를 그냥 '싸와디'라고 한다. '싸와디'는 우리말로 안녕, 뒤에 붙이는 '캅'은 존댓말이다. 태국에서 '캅'을 붙이면 우리말로 '요'를 붙이는 것과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신기하게도, 존댓말은 성별에 따라 달랐다. '캅'은 말하는 사람이 남성일 경우에 사용하는 존댓말이다. 여성의 경우는 '캅'이 아닌 '카'를 뒤에 붙여 '싸와디카'라고 표현한다.


태국 사람들의 인사는 그저 말을 내뱉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와이(Wai) 인사'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태국 전통 인사법인 '와이'는 서로 인사를 건넬 때 서양인들의 악수나 포옹과 다르게 기도하는 자세처럼 양 손바닥을 합창한 자세로 인사한다. 그때 손가락 끝이 턱 끝에 닿도록 목례를 하는 게 일반적이고, 존경을 표할 때는 코끝높이로 한다. 와이인사는 불교의 합장과 비슷하지만 종교적인 의미가 없어서 복장과 시간에 상관없이 만날 때와 헤어질 때 모두 똑같이 행위한다. 이때 남자는 '싸와디캅' , 여자는 '싸와디카'라고 말하는 것이다.이쯤에서 궁금증이 발동했다. 종교적인 의미도 없는 '와이인사'가 태국인들의 문화가 될 수 있었을까?
인사법의 유래는 바로 전쟁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인접 국가들의 침입과 셀 수 없는 내전 때문에 지친 고대 태국인들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서로의 손에 무기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에서 기원이 된 '와이 인사'는 현재의 태국 일상생활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표현으로 어느 공간을 방문할 때, 사람을 만날 때 꼭 인사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만난 외국인들이 나에게 고개를 숙인 채 양손을 모아 인사한 행동은 모두 태국에서 배운 인사였다. 그들이 동양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환대였던 것이다. 어쩌면,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Hi'로 인사를 건네던 사람이 태국 전통 인사법을 실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와이'와 '싸와디캅'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사법이어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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