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멕시코 여행을 떠나기 전, 나에게 멕시코란 그저 2018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월드컵 본선에서 만난 아메리카 대륙의 축구 강자였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꽤 잘 사는 나라라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멕시코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가 생긴 시점은 북중남미일주를 계획하면서다. 멕시코에 대한 무시무시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남미의 치안에 대해서만 걱정했는데 멕시코에 대한 소문도 만만치 않았다. 요즘 여행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불릴 만큼 난이도가 높은 여행지가 되었다. '카르텔'의 존재 때문이다.
카르텔은 미국이 마약중독국가가 되는 것에 기여한 멕시코의 범죄집단이다. 현재, 멕시코산 펜타닐때문에 매년 200명의 미국인이 사망하고 있을 정도다. 그들은 멕시코의 지방 권력으로 군림하며 자체 무장까지 하고 있다. 시신을 찾아달라는 허위 신고를 한 뒤, 경찰들을 유인하여 폭발물 공격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 사건으로 인하여 6명이. 사망하고 12명의 부상자 중에서 3명이 어린이다. 자극적인 사건을 좋아하는 언론사들에게 뉴스를 보고 겁을 먹는 사람들은 참으로 좋은 먹잇감이다. 카르텔이란 존재와 그들을 이용한 언론사들의 자극적인 뉴스는 멕시코를 방문할 계획인 낯선 이방인에게 겁을 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언론사들의 먹잇감이 되어 지레 겁을 먹고 주저하기 싫었다. 방법은 단 하나. 직접 여행을 떠나서 멕시코의 매일은 어떠한지 경험하는 것이었다.
멕시코 첫 여행지는 제2의 수도 과달라하라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10시에 저녁식사를 하러 나왔지만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어두컴컴한 거리를 혼자 걷는 중, 자전거를 타고 순찰을 돌고 있는 경찰과 마주쳤다. 순간, '여기도 동남아처럼 부패된 경찰들이 관광객들의 돈을 뺏으려나'라는 상상을 했다. 언론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마약판매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멕시코의 카르텔이 멕시코의 관료들을 매수한다는 기사를 읽었었다. 대통령조차 카르텔과의 유착을 의심받고 있는 그런 나라가 멕시코다. 이들은 자신의 길을 막는 자들에게는 살인까지 스스럼없이 저질렀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언론인들이 만 명 이상 살해당했다고 하니, 순간 마주친 경찰도 무서웠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경찰은 가던 길을 갔다. 멕시코의 첫인상은 딱 저런 느낌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멕시코의 일상은 걱정하던 바와 다르게 흘러갔다.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관광지 인근에는 항상 수많은 군인과 경찰들이 상기대기 중이었다. 미국의 지하철과 달리 멕시코의 지하철에는 경찰이 치안유지에 힘쓰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어떨까? 현지인들도 스페인어를 모르는 외국인을 위해 항상 웃으며 친절하게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해 주었다. 길을 물어보거나 음식에 대한 설명 따위 말이다. 사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99%의 멕시코 사람들은 성심성의껏 대답해 줬다. 드론폭탄이나 총싸움이 난발한다고 뉴스에서는 떠들었지만 매일 저녁 광장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멕시코에 존재했다.
드디어, 3번째 방문 도시 멕시코시티에서 카르텔의 사건사고에 대한 숨은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치안이 안 좋고 사건사고가 정말 많은 곳은 멕시코 전체가 아닌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부만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북부의 치안이 멕시코 전체의 치안을 대변하는 것에 대해 멕시코 현지인들부터 한국인 교포들도 입을 모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참으로 억울한만 하다. 멕시코의 거리는 마치 유럽과도 같고 사람들의 일상은 동남아와 비슷한 아주 매력적인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겁을 먹고 멕시코에 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62번째 여행지인 멕시코를 옹호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여행지로써 매력이 넘치는 나라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필리핀이 체감상 더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도 분명히 위험한 나라가 분명하다. 카르텔의 힘이 강해질수록 나라가 부패하고 경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인다는 것도 눈살이 찡그려지지만, 그것 또한 카르텔이란 큰 골칫덩어리 때문에 그저 작은 문제점으로만 남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중세 유럽의 분위기와 동남아의 인간냄새가 뒤엉켜있는 멕시코에서 카르텔이 사라지는 하루가 찾아오길 바라본다. 그래야, 멕시코에 대한 잔인한 이미지가 아닌 진짜 멕시코의 매력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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