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엄마는 늘 꼼꼼하게 준비물을 챙겨주셨어요. 눈에 보이는 것들만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은지 알려주셨죠.
엄마 말을 들을 때도 있었지만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굴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엄마 말에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어요. 엄마의 말들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으니까요.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엄마 말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해도 엄마가 챙겨준 것들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엄마의 목록들은 의도와 다르게 활용되었지만, 저는 엄마의 챙김에 감사하는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엄마가 기대하던 것과 꼭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상황이 아니냐고, 엄마에게 말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만약 이 책의 한국어판을 내가 만들게 된다면 제목을 <엄마가 그랬어>로 붙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그랬어.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근데 난 이렇게 했지. 그래도 우리는 충분히 맞닿을 수 있어."라는 이야기로 읽히길 바랐나 봅니다. 실제 그림책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는 몇 개의 문장으로 담을 수 없이 아름답고 풍성합니다.
현재의 어린이들, 과거의 어린이들, 과거와 현재의 엄마들이 두루 함께 읽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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