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주의 개정 청원
청원 참석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235
아이의 이름 지어보기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고, 계획에도 없는 아이의 이름을 지으며 즐거워했다. 다행히(?) 나와 의견이 잘 맞는 남편은 정 씨로 할지, 송 씨로 할지도 고민해보고 우리의 이름을 합쳐서 짓는다면 어떨지도 생각했다. 나름 예쁜 이름들이 후보에 올랐고 최종적으로 고른 이름은 '송해'였다. 내 성을 물려주고 이름을 '해'로 지으면 너무 좋겠다고 합의를 보았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자랄 것만 같은 부적 같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성을 혼인신고 때 정하라니요?
아이를 낳을 계획이 아직 없었기에, 그저 웃고 넘기는 일로만 생각했던 아이의 이름 짓기. 근데 대출 때문에 급하게 혼인신고를 했어야 했고, 혼인신고서를 받아보니 이런 항목이 있었다.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
우리는 당최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나~중에 태어난 아이에게 엄마의 성을 물려주고 싶으면이 이 항목에 '예'라고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항목을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다. 남편과 나는 협의가 됐다고 하지만 아직 두 번 정도밖에 뵙지 못한 시부모님께는 어떻게 허락받을 것인지 눈 앞이 캄캄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평생 볼 가족이 될 시부모님께 미운털이 박힌 채로 시작하긴 어려웠다. 살면서 점점 이야기를 나눠보며 협의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를 혼인신고 때 결정해야 한다니.. 너무나도 절망스러웠다.
그래도 물어봤다. 엄마 성 물려주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각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물어봤다. 혼인신고에 이런 항목이 있는데 혹시 '모'의 성(본)을 물려줘도 되겠냐고. 시부모님도 당연히 싫어하시겠지만, 충격인 건 내 부모님도 안된다고 하셨다. 여러 가지 이유는 있었지만, 아직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게 요지였다. 강하게 말씀하셨던 시부모님도 너의 자식 세대는 몰라도 아직 본인 세대에서는 힘들다며 조금 화가 누그러진 의견을 내보이셨다. 가장 충격적인 건 나이가 가장 어린 남동생이 반대를 했던 것이었다. 굳이 남자의 성을 물려줄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결국은 이루지 못한 꿈?
대출이 급해서 한 혼인신고였기에, 우리에게는 설득할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다. 사실 설득을 못하고 혼인신고에 아니오라고 체크해서 제출했다. 처음으로 느껴본 절망감이었다. 성평등 분야에서 아직 많은 부분들이 갈길이 멀지만, 내 개인의 삶에서는 '여자'라서 못하는 일은 없었다. 나중에 애를 낳고도 다닐 수 있는 직장을 고르느라 마음껏 꿈을 펼쳐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으니 괜찮았다. 근데 고작 내 성을 물려주는 일이 안된다니.. 처음 느껴보는 불합리함에 화가 나다가, 침착해졌다. 그리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다행인 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
내가 뭔가를 하고 싶다는 열망만 가진채 바쁘게 지내다가 운명처럼 기사를 봤다.
https://www.bbc.com/korean/features-52767493
이런 멋진 분이 계시다니!!!!! 나는 그저 원하기만 하고 시간에 굴복했는데, 실제로 엄마 성씨를 물려준 분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면서, 내가 뭐라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부성주의 원칙
엄마 성 물려주기를 찾아보면서,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부성주의 원칙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빠 성이 원칙이고 엄마 성은 '예외'로 취급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부성주의를 폐지해야 할 이유가 참 많기에 전문가의 인터뷰로 대신해본다. 지나가다 한 명만이라도 읽어본다면 사실 이 글을 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52228.html
내가 하고 싶은 것은
1. 많은 사람들이 혼인신고 때 아이의 성(본) 문제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2. 그리고 이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청원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3. 최종적으로는 출생신고 때 합의서 없이 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는 아이를 둘 낳는다면 각각의 성을 물려주고 싶기도 하다.
조금 더 이 문제가 이슈화되고 점점 인식도 바뀐다면,
엄마의 성을 따르든 아빠의 성을 따르든 신경 쓰지 않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청원 참석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