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루트, <다시 배우다> 저자 폴김 부학장님의 웨비나 후기
prologue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폴킴 부학장님은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시고, 연구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해결책 개발에 매진하고 계신다. 그리고 더 나아가 스탠퍼드를 넘어서 연령과 공간적 제한 없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운영하시며 얻게 된 영감과 배움을 토대로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다시 배우다>라는 책을 출간하셨다.
내가 폴김 부학장님을 처음으로 직접 만나 뵌 곳은 2021년 미국 북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행사장이었다. <다시 배우다> 책 출간 직후, 차세대 육성을 위한 네트워킹 자리에 초대받으신 폴김 부학장님은 기조연설을 통해 '진정한 배움과 학습'이라는 주제를 담백하게 전달하셨다. 기조연설을 듣고 나서 과연 이 분은 어떤 분이신지 연이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폴김 부학장님께 연락을 드렸고, 감사하게도 답장을 받았다. 똑똑, 두드리자 굳게 닫힌 듯 보였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구하면 찾을 것'이라는 말이 클리셰가 아니라 정말로 새로운 10년을 여는 한 챕터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폴김 부학장님과의 인연은 나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고,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해보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이러한 마음은 내가 두 명의 공동 창업자와 함께 2022년 1월 해외이주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테이크루트의 설립을 이루기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본인의 의지보다 타인의 의지(주로 경제적 주도권을 갖게된 배우자)에 따라 해외생활을 시작하게 된 한인 이주 여성들이 두려운 마음을 인정하고 그 위에 성장 마인드 셋의 뿌리를 내려 타지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웨비나를 기획하며 폴김 부학장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체 없이 폴김 부학장님께 웨비나 연사로 초청드리는 연락을 드렸고, 폴김 부학장님은 반가운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주셨다. 그 감격을 글로 써 내려가는 이 순간, 다시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웨비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개의 큰 질문을 품고 진행되었다.
질문 1. 다시 배운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폴김: 다시 배운다는 것은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 나의 체면, 기본적인 생각들을 내려놓고 다시 채운다라고 생각하면 좋다. 다시 배우려면 '비움'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 예로 나는 2019년에 파일럿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지금껏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비워내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했다. 나는 당시 20대의 학부생 파일럿에게 배우게 되었는데 잘하지 못하는 내게 준 그의 피드백들을 들으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느낀 바를 책으로 엮게 되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관찰을 하면서 진정한 교육자는 영원한 학생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질문 2. 배우려는 사람들(학습자)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차리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폴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이 결국은 성공한다고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성향은 환경적인 상황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상황에서 많이 실패해 보고 또 많이 깨달음의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학습자가 수업과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얼마나 빨리 배우려고 하는지, 얼마나 많은 시도를 하는지, 그러면서 포기하지 않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
질문 3. 세계 유수 인재들이 스탠퍼드로 모일 수 있도록 이끄는 전략가로서 배움에 임하는 어린 학생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시나요?
폴김: 협력을 할 때 더 의미 있는 시너지가 난다는 것을 믿는다. 따라서 스탠퍼드라는 경계 안에 들어와 있는 학생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전 세계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특히 교육 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하되 스탠퍼드 안의 인재뿐만 아니라 밖에서의 영입도 적극 권장하는 편이다. 이는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21세기를 살아갈 학생들이 겸비해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발휘하여 팀 단위 프로젝트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의미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위와 같은 큰 세 개의 질문에서 시작되어 뻗어나간 폴김 부학장님의 웨비나 내용을 마저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폴김 부학장님 웨비나 요약*
*웨비나 내용과 <다시 배우다> 책 모두 참조
내가 어떻게 시작의 두려움을 없애고 많은 상황에 대처 가능한 기본을 일상화하도록 훈련을 하느냐에 따라서 특수한 것들이 모여 나만의 뉴 노멀이 될 수 있다.
- <다시 배우다> 내용 중
팬데믹 이후의 삶, 즉 '뉴 노멀'에서 배움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관념(올드 노멀)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필요한 역량들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통한 배움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나만의 뉴 노멀을 이룰 수 있을까?
첫 번째, 아주 작은 습관을 만들어 나간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큰 저항을 맞는다. 아주 작은 변화를 일상에 끼워 넣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습관을 일상으로 만들어 버리면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할 수 있다. 오늘 하지 않았으면 오늘은 끝나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습관을 키워보라. 좋은 음식이나 영양제도 한 번에 한 주먹씩 먹는다고 갑자기 몸이 좋아지지 않는다. 한두 알씩 매일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더욱 효과를 얻는다. 낯선 언어나 지식도 루틴화된 체계에서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이렇게 원하는 목표를 작게 나누어 매일매일 실천해 나간다면 당신이 원하는 뉴 노멀을 충분히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두 번째, '만약에 what if'를 붙여 질문해 본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망설인다. 그럴 때면 나에게 '만약에 what if' 질문을 해보라. 질문을 통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예측해 보고 그 결과들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줄지 아닌지를 가늠해 보자.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끄는 결과가 예측되는 행동을 일상 속 습관으로 만들어 나만의 뉴 노멀을 찾자.
이때 나를 더 나은 쪽으로 이끌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 주변의 작은 것들에 관심을 두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실 혁신은 아주 간단한 질문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자녀가 '엄마, 하늘은 왜 파래?'라고 묻는 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하늘이 푸르니까 파랗지.'라는 대답을 할 것인가? 이 대답은 질문을 통해 시작된 탐색의 과정을 멈추게 함으로써 아이의 중요한 성장의 기회를 빼앗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한 개인의 성장에 있어서 질문을 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세 번째, 지금껏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여러 분야에 정통한 사람은 그 분야들 사이의 연결점을 찾을 확률이 훨씬 높다. 이렇게 연결된 점들은 '창의력'으로 나타나며 이는 나만의 뉴 노멀을 찾는 지름길이 된다. 머리로는 알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이유는 해보지 않은 낯선 것을 시도했다가 원치 않는 실패를 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된다. 실패는 새로운 깨달음의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
측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미래에 대비하려면 더더욱 나 중심이 되어야 한다. ' 나 중심'이란 이기주의적 사고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내가 질리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 <다시 배우다> 내용 중
그렇다면 자녀 교육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양육은 자녀의 건강한 독립을 목표로 해야 한다. 무엇을 시킬지 고민하기보다는 적절한 교육 환경을 마련한 뒤, 자녀의 행동 방향성을 일러주는 C6를 고려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추천한다.
6C:
Care
Compassion
Competence
Communication
Courage
Commitment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자.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직접 옮겨볼 수 있는 기회를 주자. 내가 방문한 전 세계 사립학교들에는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장소(Makers space 등)가 있고, 둘째로 교사는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묻는다는 점이다. 이런 교육 방식은 학생 중심의 교육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한 예로 일론 머스크가 세운 학교, 애드 애스트라(Ad Astra)에 수업 참관을 갔을 때 인상적인 수업환경을 만났다. 어린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문제를 알려주고 팀을 꾸려서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끄는 교육 방식을 목격한 것이다. 좋은 교육 환경이란 비싼 사립학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 내에서도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우선으로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바탕으로 양육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가까이 접하도록 도와주며 자기 주도적 생각과 결정, 그리고 질문을 갖게 하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하자.
남들이 하니까 시키는 교육은 지양하자. '내 아이에게 무엇을 시키면 좋을까'하는 질문보다 이렇게 질문해 보는 건 어떨까? '나는 평소에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아이를 잘 관찰해 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epilogue
누구에게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 타이밍은 다르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찾아오는 두려움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해외이주여성에게 찾아오는 타향살이의 두려움도, 언어 장벽의 두려움도 때와 장소는 다르지만 누구나 겪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두려움 이후의 과정을 나답게 선택할 수 있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과 나만의 뉴 노멀을 만들어 가겠다는 선택 중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선택에 대한 결과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5년 뒤 혹은 10년 뒤의 나의 모습은 오늘의 선택에 달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러기 위해선, 즉 다시 배우기 위해선 지금껏 안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을 비워 내야 한다. '비움'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서정보>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5360003
<추천영상>
https://youtu.be/nTfswHQTxtc?si=ZzEG3LsZVbY-Dav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