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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해커 Jan 21. 2023

스피치 학원을 다니면 외향적인 성격이 될 수 있나요?

수줍음을 느끼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수줍음이 많은 성격을 개조하고 싶어서 스피치 학원에 등록했어요. 목소리는 더 좋아진 것 같은데 대화할 때 더 어색해진 것 같아요."


김 대리는 노력하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자기 절제와 노력으로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학에 입학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수줍어하는 성격은 노력을 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김 대리는 동아줄을 잡는다는 심정으로 강남의 유명한 스피치 학원에 등록하기로 합니다.

<8주 완성. 당신도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김 대리: (첫 수업이라 떨리네. 갑자기 스피치를 해보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해야 될까? 미리 할 말이라도 좀 생각하고 가야겠다..) 
스피치학원 강사: 김 대리님 반가워요. 차는 많이 막히지 않았나요?
김 대리: 아. 네.. 괜찮았습니다. 
스피치학원 강사: 다행이네요.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호흡이 굉장히 중요해요. 방금 김 대리님이 대답하실 때 흉식 호흡을 사용하셨어요. 말을 할 때 호흡을 단전까지 채우고 이야기를 하면 훨씬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답니다. 자, 저를 따라서 깊게 숨을 들이마셔 보세요. 
김 대리: (목소리도 좋긴 한데.. 나는 할 말이 없을 때도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은 건데..) 네. 선생님. 음.. 저 그런데 신동엽이나 유재석 같은 유명 MC처럼 말을 술술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스피치학원 강사: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말을 잘할 수 있답니다. 상대방의 눈을 잘 쳐다보시고요. 눈을 마주치기 힘드시다면 미간을 바라보셔도 돼요. 적절할 때 고개를 끄덕여 주면 더 좋고요. 결국 듣기를 잘해야 말하기를 잘할 수 있답니다. 
김 대리: (내가 원하는 건 누구와도 말을 술술 잘하는 방법인데.. 일단 유명한 강남의 학원이라고 하니 믿고 나머지 기간도 열심히 다녀 봐야겠다.)

수줍음이 많은 성격을 고치기 위해 혼자 노력을 하시다가 한계를 마주치고는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자는 심정으로 스피치 학원을 등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피치 학원 중 많은 업체들이 많은 방송 경력을 가진 아나운서 출신 강사들을 내세워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수업을 들어가 보면 다음과 같은 커리큘럼이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복식호흡을 사용한 목소리 개조 방법.

비강공명을 사용해 신뢰감 있는 목소리를 만드는 방법.

대화 중간중간에 말을 멈춰 임팩트를 주는 임팩트 화법. 

올바른 입모양을 사용해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

A-B-C 스피치 구조를 사용해 상대방에게 임팩트를 주는 스피치 구조.


이런 목소리 개선, 스피치 방법론을 배우는 것이 적극적인 성격으로 개조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결론부터 말쓰드리면 "네,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단기간동안만 도움이 되고 여러분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훌륭한 목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몇 마디를 하고 나면 또 할 말이 없어져 두리번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팀 세미나 시간에서 훌륭하게 발표를 마무리했지만 연단에 내려온 순간부터 다시 사람들을 피해 돌아다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고요.


...

참고로 많은 훌륭한 스피치 학원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스피치 학원의 커리큘럼은 훌륭한 아나운서가 되거나 대중 스피치를 훌륭하게 해내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대화의 기술적은 방법을 배우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요. 하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분들이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강사분들이 수줍음이 많은 분들의 마음까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겠죠. 수줍음이 많으신 분들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행동이 바뀌면 심리도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잘못된 심리는 행동만으로 바뀌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죠.

...


자, 그러면 김 대리가 모임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듣고만 있는 심리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수줍음, 과묵함의 원인

주목을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왜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할까요? 여러 사람에게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거절당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은 거절당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2. 불안함, 초조함의 원인 

다른 사람들이 거절할 확률이 높아질 것 같을 때 불안함을 느낍니다. (아직 거절당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3. 어색한 대화의 원인

자의식으로 인한 자기 검열이 원인입니다. 자의식은 남이 나를 보는 관점으로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쉽게 바꿔 말하면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솔직한 모습이 아닌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게 됩니다. 꾸며진 모습을 보는 상대방은 직감적으로 어색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4.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원인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혹은 들키기 싫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됩니다. (사실 솔직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생각하는 것만큼 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5.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이유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말을 하기 전 '이 이야기를 사람들이 즐거워할까?'라는 자기 검열을 하기 때문입니다.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쇼프로에서는 재미있는 개그맨들도 사석에서는 평범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김 대리가 수줍어하는 이유는 찾아냈습니다. 이런 원인들은 근본적으로 김 대리의 '잘못된 믿음'에서 자라났습니다. (지금은 '잘못된 믿음'은 '마인드셋'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겠습니다) 이런 마인드셋은 김 대리의 과거 경험으로 돌아가봐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김 대리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일하느라 너무 바쁘셔서 김 대리를 방치해 두고 '착한 아이는 조용해야지.'라는 말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어린 시절에 친구들로부터 말을 더듬는다고 놀림을 받았고 그 이후로는 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마인드셋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 그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서 그 답이 무엇인지 키워드를 적어놓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트라우마, 자기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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