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요즘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어떤 방향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이다.
연말이 되면 더욱 인생, 관계,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살 더 먹어가는 나이 때문인지, 나를 보고 커가는 아이들 때문인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성격이 급하고 추진력이 좋다고 평가하지만 난 사실 더 이상 그 기대에 살고 싶지 않다.
내 기준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눈에 띄는 결과만 좇지 않고 작은 진보에도 묵묵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안갯속을 한번 가보는 것이다. 이런 안개의 색이 있구나 보고 담담하게 돌아오는 것. 나는 그런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결과가 보이지 않는 건 절대 하지 않는다. 오로지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만 사는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다. 이게 과연 맞는 것인가? 어른의 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왜 그런지 아직은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철부지 어리다는 느낌이 아니라 아직은 도전하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완전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올해는 얼마나 도전하였나. 내년에는 무엇을 얼마나 도전할 것인가. 생각해 본다. 어렸을 때 보다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새로운 도전이 여전히 즐겁고 계획을 하는 게 재미있다. 물론 일부는 잘되고 대부분은 단기 프로젝트로 종결하지만 또 한다. 지금 나이쯤 되니 어찌어찌 굶어 죽진 않겠지 라는 조약돌만 한 자신감이 생겼나 보다.
얕은 지식은 화려하다. 얕은 지식으로 세우는 빠른 성취는 반짝거린다. 근데 눈 녹듯 사라지기도 쉽다. 30대는 그 반짝임을 성공이라고 불렀다면 40대는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그런 깊이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 사람, 나 자신에게 깊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 저 사람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야 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더 많이 익어야 한다.
스스로를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을 동경한다. 자신의 배경과 잘남을 내세워 주인공처럼 보이기보다 조용히 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삶을 사는 사람이 멋있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보다는 내가 배우는 걸로 나를 소개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는 질투가 많다. 하고 싶은 게 많고 욕심이 많아서 질투도 많은가 보다. 근데 질투가 난다고 말하기 참 자존심 상한다. 혼자 쓰는 일기조차도 어떤 부분에서 질투가 나는지 쉽게 적지 못한다. 적는 순간 나는 발가벗은 것처럼 부끄러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내 밑바닥이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투는 잘 생각해 보면 내가 이루고 싶고 갖고 싶어 하는 내면의 욕망일수도 있다. 질투가 많이 나는 것은 내가 갖고 싶은 것이라는 말처럼… 근데 질투가 난다고 인정하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미워 보이지도 않고 내 마음도 한결 편하다. 내 앞에 있지도 않은, 며칠 전에 사라져 버린 그 사람을 향해 며칠째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 그냥 질투가 난다고 인정하고 내가 다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질투를 통해 내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곱씹어보게 된다.
세상에는 부자가 참 많다. 진짜 돈이 많은 부자부터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부자 st까지. 그렇게 화려하고 대단한 사람을 보면 궁금하다가도 알고 싶지 않다. 내가 지금 삶을 만족하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 나의 밑천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동물은 자기보다 강한 맹수 앞에서 도망쳐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람은 도망치면 회피형 인간이라고 한다. 강자 앞에서, 못하는 것에서 도망친다고 욕먹는 건 인간밖에 없다. 우리는 무서워도 겁이나도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강하게 두 발로 버티고 있어야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주눅이 들어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서 비싸고 때깔 좋은 것들로 나를 감쌌다면 저들 앞에서 기죽지 않을까? 아니? 나는 더 부끄러웠을 것이다. 나의 바닥이 드러날까 봐 더 과시하고 더 어설픈 포장을 해댔을 테니까. 근데 만약 내가 100억 정도 가진 사람이라면 몇백만 원짜리 명품을 자연스럽게 든다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건 나의 생활용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속도에 적합한 물건을 소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익에 맞는 소비를 충분히 하고 있으니 그만 사자.
여전히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면서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하려고 발악하며 산다. 내 인생은 언제쯤 마음 편하게 서행운전이 가능할까? 역시 올해도 꽝인 것 같다. 내년에는 가속하지 않는 365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