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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Jun 10. 2020

출산 후 잃어버린 세 가지

출산한 지 40일이 지났다. 인생이 360도 바뀌었다. 매일 반복적인 하루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문득 출산하고 나서 달라진 내 몸의 변화를 크게 느꼈다.


1. 시력

평소 렌즈나 안경을 썼었다. 그래도 안경을 안 써도 앞이 어느 정도 보였는데 지금은 희미하게 흐릿하게 보인다. 기분 탓인가? 하루 종일 안경을 쓰고 있으려니 답답하다. 인터넷에 출산 후 시력이 안 좋아졌다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다. 정확하게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안심이다. 이번 주 외래진료 때 물어봐야겠다.


2. 외모

외모 잃어버린 게 아니라 원래 없었다. 하지만 임신 전만 해도 적당히 가꾸고 단정한 외모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출산 후 화장을 해본 적이 없다. 화장을 안 하면 밖도 안 나가던 나인데 화장대에 앉아본 게 언젠지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모유수유 중이라 그런지 항상 배가 고프다. 이나를 재우고 언제 깰지 몰라 허겁지겁 밥을 먹고금방 배가 꺼져 간식을 계속 먹는다. 야식도 필수다.

샤워할 때 거울을 보면 우울해진다. 생기 없는 피부와 축 처진 뱃살, 아직도 낯선 수술 자국, 임신선 등을 보고 있으니 이게 나인가 싶다.


3. 기억력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했지. 계속 까먹는다. 이거 하고 저거 해야지 생각하다 보면 꼭 하나를 놓치고 만다. 육체와 정신이 한시도 쉬지 않는다. 왜 이럴까 생각해 봤다. 결론은 기억할게 그리고 챙길게 너무 많다. 잘하지도 않던 집안일을 하면서 처음 겪어보는 육아에 멘탈이 나가 있다. 알아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참 많다.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에 지쳐 머리가 과부하 돼가고 있다.


세가지뿐이겠는가. 출산 후 자잘하게 잃어버린 것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도 쓴다. 나를 잃어버리면 우울증으로 결국 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그래도 이나가  품에서 한번 웃을 때면 모든  잃어도 좋을 만큼 너무 행복하다. 이래서 다들 출산할 때 고통을 또 금세 잊고 둘째를 가지나 보다.

언제 몸과 마음을 예전처럼 회복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하루 감사해가며 소중하게 이나와 함께 보내야겠다. 시간이 약이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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