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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Jul 21. 2020

나는 안 걸릴 줄 알았던 산후우울증

힘 내가 아닌 힘 빼자


 남들이 봤을 때는 너무나 평탄한 길이다. 임신을 해볼까~ 했는데 한방에(?)에 임신이 됐다. 그리고 천사 같은 아기를 낳아서 100일도 전에 통잠을 자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우울하다.


말로만 듣던 산후우울증 초기인거 같다. 그냥 오늘따라 엄마가 보고 싶고 눈물이 난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이런 느낌을 든 건 두 가지 이유다.

나의 욕심

다 잘하고 싶다. 육아도 집안일도. 육아는 이나가 잘 먹고 잘 자주고 있다. 하지만 집은 쓰레기 장이다. 쓰리룸인데 침실 빼고는 거의 짐 창고다. 볼 때마다 심란하고 복잡한 내 마음과 같다. 이것도 정리를 해야 하고 이제 100일 상 준비도 해야 하고 분유는 맞는지, 모유는 왜 잘 안 나오는지, 기저귀 핫딜은 언제인지 등등해야 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아 머리가 어지럽다. 이 모든 걸 잊고자 멍하니 또 티비만 본다. 이런 내 모습에 자책한다. 이렇게 악숙환은 반복된다.

두 번째, 남편

말해 뭐해. 첫 번째 이유에 기장 큰 지분 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저렇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길 바랬던 나의 가장 큰 욕심이었다. 울컥할때가 많지만 명상하듯 포기하고 있는 중이다.


회사 선배들의 산후우울증 후기담을 들었을 때는 머나먼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경험해봐야 아는 법. 나 역시 선배들처럼 매일 멘탈을 다시 부여잡는다. 해결방법은 딱히 찾지 못했다. 그저 자기전에 컬투쇼를 들으면서 침대에서 몸을 충전하는 정도다. 가끔 내가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해버릴까 봐 무섭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나를 위해 건강하게 살아야만한는건 잘 안다. 몸도 정신도. 힘내려고 노력하지 말고 살짝 힘 빼고 하루를 보내고 산후우울증을 극복해보자.


화...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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