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한 지 40일이 지났다. 인생이 360도 바뀌었다. 매일 반복적인 하루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문득 출산하고 나서 달라진 내 몸의 변화를 크게 느꼈다.
1. 시력
평소 렌즈나 안경을 썼었다. 그래도 안경을 안 써도 앞이 어느 정도 보였는데 지금은 희미하게 흐릿하게 보인다. 기분 탓인가? 하루 종일 안경을 쓰고 있으려니 답답하다. 인터넷에 출산 후 시력이 안 좋아졌다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다. 정확하게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안심이다. 이번 주 외래진료 때 물어봐야겠다.
2. 외모
외모 잃어버린 게 아니라 원래 없었다. 하지만 임신 전만 해도 적당히 가꾸고 단정한 외모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출산 후 화장을 해본 적이 없다. 화장을 안 하면 밖도 안 나가던 나인데 화장대에 앉아본 게 언젠지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모유수유 중이라 그런지 항상 배가 고프다. 이나를 재우고 언제 깰지 몰라 허겁지겁 밥을 먹고금방 배가 꺼져 간식을 계속 먹는다. 야식도 필수다.
샤워할 때 거울을 보면 우울해진다. 생기 없는 피부와 축 처진 뱃살, 아직도 낯선 수술 자국, 임신선 등을 보고 있으니 이게 나인가 싶다.
3. 기억력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했지. 계속 까먹는다. 이거 하고 저거 해야지 생각하다 보면 꼭 하나를 놓치고 만다. 육체와 정신이 한시도 쉬지 않는다. 왜 이럴까 생각해 봤다. 결론은 기억할게 그리고 챙길게 너무 많다. 잘하지도 않던 집안일을 하면서 처음 겪어보는 육아에 멘탈이 나가 있다. 알아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참 많다.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에 지쳐 머리가 과부하 돼가고 있다.
세가지뿐이겠는가. 출산 후 자잘하게 잃어버린 것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도 쓴다. 나를 잃어버리면 우울증으로 결국 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그래도 이나가 내 품에서 한번 웃을 때면 모든 걸 잃어도 좋을 만큼 너무 행복하다. 이래서 다들 출산할 때 고통을 또 금세 잊고 둘째를 가지나 보다.
언제 몸과 마음을 예전처럼 회복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하루 감사해가며 소중하게 이나와 함께 보내야겠다. 시간이 약이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