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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Sep 18. 2023

입시 준비, '회복탄력성'이 필요해

'회복탄력성'은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을 일컫는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나 사건으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나 본연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회복하는 힘이다.      


누구나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실패를 겪기에 이 단어가 주는 의미는 상당하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대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대입은 짧게는 고등학교 3년, 중학교까지 포함하면 6년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물론 '의치한' 열풍에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무려 12년이라는 긴 시간이다.      


그 오랜 시간을 겪다 보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넘어질 때 넘어지더라도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꼭 용기가 아니어도 좋다. 그 동기가 무엇이든 다시 일어서면 된다. 일어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면 기회는 생긴다.  

     

중학교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던 딸은 고입 직전 한국에 돌아왔다. 정착지는 한 번도 온 적 없는, 아빠 직장이 있는 지방의 한 혁신도시다.      


모든 환경이 낯설었다. 특히 '여자'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에 막연한 두려움마저 느꼈다. 소위 '기가 센' 친구들이 모여 있을 거 같다는 이유였다.     

 

적응이 쉽지 않았다. 도시의 모든 것이 생경했다. 입학 초기, 여느 반 아이들처럼 초등학교, 중학교 때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 수도 없었다.      


여기에 학교 공부마저 쉽지 않았다. 특히 국어와 수학이 그랬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입시학원을 찾기도 어려웠다. 결국 시행착오 끝에 집과 제법 먼 거리의 학원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딸은 부단히 노력했다. 새벽에도 딸의 방은 책상 위의 스탠드 빛으로 환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더 자라고 말하기를 여러 번. 그때마다 딸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남들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을 들여야 그나마 따라갈 수 있다고.     


딸의 학교와 집 사이에는 터널이 하나 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시험을 앞둔 어느 날, 딸은 울면서 그 터널을 걸었다. 아무도 없어서 마음 놓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날따라 너무나도 고되고 힘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터널 안에서 눈물을 훔치며 딸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꼭 잘 해낼 것이라고.    

     

하지만 다짐과 달리 딸은 첫 시험에서 큰 좌절을 겪었다.      


수학시험에서 5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은 것이다. 선행 학습을 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아직 한국식 시험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딸은 유난히 긴장했다고 한다.  

    

의약계열 진학이 목표인데 수학에서 5등급이라니. 기말고사가 남았지만 분명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 며칠이고 끙끙 앓아도 부족할 듯 보였다.     


하지만 딸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나간 중간고사보다는 앞으로의 기말고사에 집중했다.     


다시 일어선 동기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념이었는지, 아니면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쨌건 딸은 다시 일어섰다.       


딸은 결국 1학년 1학기 수학에서 '3등급'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기말고사에서 상당 부분 만회한 덕이다.

  

이후 딸은 수학에서 줄곧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3등급의 점수를 받아 든 것이다.      


의약계열 진학을 위해서는 내신 1등급 초반을 유지해야 하는데 수학에서 3등급을 받으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성적 추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더욱 그렇다.        


좌절도 잠시, 이번에도 딸은 다시 한번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였다.  


1학년 1학기 첫 시험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상기했다. 넘어졌으나 곧바로 일어난 딸은 미흡한 수학점수 만회를 위해 학습계획을 새롭게 세우고 실천했다.

    

3학년 1학기 수학에서 딸은 기어코 1등급을 받아냈다.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한 덕에 종합 3등을 하며 총 4명에게 주어지는 1등급을 손에 쥐었다.

                

"아빠, 그때는 진짜로 위기였어."                


부녀 사이, 지금은 웃으며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지만 정말 아찔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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