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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Mar 26. 2023

수험생 자녀는 샐러던트 부모가 필요하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하시나요?

샐러던트. 직장인을 뜻하는 샐러리맨(salaryman)과 학생인 스튜던트(student)가 결합된 합성어로 자기 계발을 위해 꾸준히 공부하는 직장인을 일컫는다.


샐러던트의 주요 공부 주제는 주식, 부동산, 쇼핑몰 운영 등 주로 경제활동과 관련이 깊다.


공부의 결과로 일부는 큰 성공을 거두기도, 일부는 오히려 뼈아픈 실패를 겪기도 한다.


목표가 경제적 이득이기에 이러한 결과는 공부의 양과 질,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여기 실패하기 어려운, 아니 목표 설정에 따라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주제가 있다. 수험생 또는 예비 수험생의 자녀를 둔 직장인이라면 말이다.


그 주제는 바로 대학 입시 전략.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인 나는 소위 '수능'이라고 불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무지했다.


하지만 딸이 본인의 대입 컨설팅을 아빠인 내게 일임한 순간 난 곧장 '샐러던트' 모드에 돌입했다.


주식과 부동산에 이어 샐러던트로서의 공부 주제에 '대학 입시'가 추가된 것이다.


우선 대학 입학 절차부터 이해해야 했다. '수시'와 '정시'라는 단어를 들어봤지만 명확한 구분이 어려웠다.


수능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를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았지만, 수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입시 관련 유튜브 채널 및 블로그를 섭렵하는 한편, 입시 관련 책을 여러 권 빌려봤다. 그제야 수시와 정시 차이가 이해됐다.


또한 수시에는 '세특'이라고 불리는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위주의 '학생부 종합전형'과 내신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나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출처: 대입정보포털어디가>

수시에서는 총 6장의 원서를, 그리고 정시에서는 가나다 군에서 각 1장씩, 총 3장의 원서를 쓸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수시에서 합격하면 정시를 통한 대학 입학이 원천 차단된다는 센스 만점의 '수시 납치'라는 용어도 익혔다.  


대입 절차에 대해 이해하고 난 후 딸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 명단을 만들었다. 지방 일반고의 이점을 살려 지역인재 전형으로 갈 수 있는 학교 명단을 추렸다.


대학입시박람회에 참석해 입시관계자들과 면담하며 합격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명단에는 지원학교별 수능 최저 등급, 최근 2년 내신 컷, 일반고 출신 합격 경향, 자기소개서 유무 등의 정보가 정성스럽게 담겼다. 이 명단은 꾸준히 수정되어 최종적으로 '버전 8'까지 나왔다.


딸의 내신성적 변동에 따라,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가 추가됨에 따라 명단을 업데이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은 원서접수 당일까지 이어졌다.


수능 후 치러진 면접도 함께 준비했다. 수능 공부에 열중인 딸을 대신해 나는 딸의 생활기록부를 분석하며 예상 질문을 만들었다.


블라인드 면접에서 면접관이 할 수 있는 질문은 보통 지원 학교 및 학과, 그리고 해당 학생의 생활기록부 내용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딸과 함께 예상 질문으로 모의면접을 진행했다. 딸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분석하고 미흡한 부분은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했다.


면접 준비 막바지에는 딸이 자신감을 갖는데 중점을 뒀다. 다행히 예상 질문은 적중했으며, 딸은 좋은 분위기에서 자신 있게 면접을 치렀다.


그렇게 딸은 샐러던트로 분한 아빠와 함께 대학 입시를 준비했고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진짜 아빠 덕이야. 내가 대학에 합격한 것이. 고마워."


대학 입시 결과 후 딸은 내게 수없이 고마움을 표했다. 샐러던트로서 딸의 입시전략을 담당했던 내게는 더없이 큰 보상이었다.  


딸과 함께 준비하기 위해 공부한 대학 입시. 샐러던트로서 주식과 부동산에 이어 공부한 세 번째 주제였다. 차이라면 앞선 두 가지 주제와 달리 세 번째 주제에서는 '대 성공'했다는 것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의 대학에 진학한 딸의 입시 성적만 놓고 판단한다면 이러한 평가에 주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녀는 그 이상의 것을 성취했다.  


밤 10시, 독서실에서 딸을 태워 집으로 오기 전 함께 야식을 먹으러 다닌 추억,
시험이 다가올수록 불안해하는 딸과 함께 집에 오자마자 거실 바닥에 앉아 나눈 인생이야기,
수능시험장 앞에서 기다리던 아빠를 보자마자 품에 안겨 펑펑 쏟아내던 딸의 눈물,
환호성을 지르며 합격 소식을 전한 딸의 전화를 받고 버스 안에서 속으로 질렀던 환호


이 모든 기억은 우리 두 부녀가 함께 입시를 준비하며 서로 믿고 의지하며 얻은 소중한 자산이다. 뿌리 깊은 나무보다 튼튼한 우리 부녀의 '신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성과임에 틀림없다.


대학입시는 아이가 태어나서 치르는 가장 큰 시험일 것이다. 그러기에 육체적 피곤은 물론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는 시기다.


이때, 그러한 아이에게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은 부모다. 스스로 해야 하는 공부만큼이나 정서적 안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을 위해서는 부모도 공부가 필요하다.


수험생 또는 예비수험생 자녀를 두었다면, 샐러던트 공부 주제에 '대학 입시 전략'을 추가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부녀가 함께 지방에서 의치한 가기> 바로가기

https://brunch.co.kr/magazine/goingto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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