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의 시간은 빨리 흐른다.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우선 내신. 의약계열을 준비하는 입시생이라면 내신 관리를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 모든 학생이 예외 없이 최선을 다한다. 딴생각할 겨를도 없다. 3학년 1학기까지는.
하지만 3학년 2학기 들어서면 갈등이 생긴다. '고고익선'인 내신이기에 최선을 다했던 이전과 달리 3학년 2학기가 되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최선을 다하자니 취할 수 있는 과실이 작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리스크가 크다.
우선, 최선을 다해 공부해도 끌어올릴 수 있는 내신 수준이 미미하다. 의약계열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내신은 이미 1점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획기적인 내신 향상이 불가능하다.
대신, 내신을 등한시하고 수능 공부에 올인하면 전체 내신 평균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즉, 상방보다 하방으로의 여지가 더 크게 뚫린 셈이다.
수능 최저를 충족해야 하는 고3 수험생들에게 3학년 2학기 내신 준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버겁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억지로 힘을 쥐어짜 3학년 2학기 내신을 준비한다.
고3 수험생이던 딸아이도 마찬가지였다. 고3 현역으로 단번에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내신 준비를 했다.
이는 다시 말해, 한 번의 기회로 승부를 보겠다는 수험생에게는 3학년 2학기 내신이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3 현역 입시에 반영되는 내신은 3학년 1학기까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단호하지만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 어긋났을 때다.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N수생에게 3학년 2학기 내신이 꼭 필요하다.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에도 학교에 따라 3학년 2학기 내신까지 반영하기에 절대 버릴 수 없다.
딸아이의 내신 준비는 수능 공부와 함께였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능 최저 충족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둘을 병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수능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6월, 9월 수능모의고사 성적도 그리 신통치 않았기에 무엇보다 수능 준비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기에 딸에게 있어 3학년 2학기 내신 준비가 가장 힘겨웠다. 그리고 그러한 딸아이를 지켜보는 아빠의 심정도 그랬다.
수험 생활에 대해 크게 내색하지 않던 딸도 하루는 눈물을 보였다.
수능 준비에 올인해도 부족한 마당에 쓸모없을지도 모를 내신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매우 답답하고 속상하다고 했다.
해줄 수 있는 것은 옆에서 아이의 말을 듣고 공감하는 것뿐이었다. 이미 딸아이도 내신 준비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잔소리는 무의미했다.
아빠인 나는 딸아이를 옆에서 다독였고, 그렇게 딸은 3학년 2학기 내신을 무사히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