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자녀를 둔 학부모는 혼란스럽다. 변화무쌍한 대입 정책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만 4년마다 바뀌는 대입 정책에 따라 각 대학이 수시로 바꾸는 자체 선발 정책 때문이다.
정부 정책이라는 큰 흐름에 따라 대학은 모집요강을 조정한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도입하기도, 폐지하기도 하며 하향 조정하기도 한다.
문이과 통합정책에 따라 인문계와 자연계 간 교차 지원의 벽을 완전히 허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학 등 일부 과목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무늬'만 흉내 내는 곳도 있다.
심지어 영어 과목에 한해 2등까지 1등급으로 인정해 주는 학교(중앙대학교)가 생기기도 한다.
내신성적 산출 시, 전 과목을 반영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일부 과목만 점수를 매기는 곳도 있다.
또 학교에 따라 내신 등급 간 큰 격차를 보이거나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작기도 하며, 일정 등급부터 반영 점수가 급격히 떨어지는 곳도 있다. 같은 내신이라도 학교에 따라 적용되는 점수가 다르다.
여기에 매년 달라지는 경쟁률 또한 학부모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소위 '펑크'가 난 곳에 무혈입성하는 사례가 생기는가 하면, 유달리 경쟁이 치열해져 충분히 붙을 성적으로도 떨어지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6장의 원서를 들이밀 대학을 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평소에 입시 정책에 관심이 없던 학부모라면 더욱 그렇다.
마음을 다잡고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만 이해가 쉽지 않다. 한마디로 갈팡질팡, 뒤죽박죽이다. 이때 현란한 문구가 눈길을 끈다.
'대학 입시 A부터 Z까지'
'지방 일반고에서 SKY 합격 노하우 총 정리'
'마음까지 읽어주는 ~'
바로 대학 입시 컨설팅 업체다. 이런 입시 전문가에게 고민을 맡긴다면 속시원히 해결될 것만 같다.
비용은 수십 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다양하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출하기에 더 이상 골머리를 안 써도 될 것만 같다.
한 드라마의 대사처럼 (컨설팅 업체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를 믿어도 될까?
컨설팅 비용 지불로 학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일까?
<드라마 '스카이캐슬'> 나는 딸아이와 '함께' 입시를 치렀다. '함께'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딸아이의 전담 컨설턴트 역할을 했다.
10여 차례 업데이트를 거친 지원학교 목록 작성부터 생활기록부에 기반한 면접 준비까지 전 과정을 함께 했다. 물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입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입시 관련 책을 세 권 읽었고,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듯이 입시전문 유튜브 채널을 섭렵했다. 딸아이의 진로 선택을 확장하고 방향을 잡아주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의약계열 진학을 목표로 한 딸아이가 정확한 정보를 갖고 결정할 수 있도록 '의사가 말하는 의사', '치과의사가 말하는 치과의사, '약사가 말하는 약사' 등 직업 시리즈물을 독파했다.
예상보다 더 다양한 진로 경로는 풍족한 대화거리가 되었다. 한 권 한 권 마칠 때마다 우리 부녀는 딸이 이미 의약계열을 졸업한 듯 상상하며 간접으로 직업 체험을 했다.
그 사이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다는' 딸 대신 대학 합동 입학설명회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동안 수집한 정보의 정확성, 합격가능 정도 등을 가늠했다. 이 역시 딸과의 훌륭한 대화주제가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추린 지원 학교 목록을 갖고 처음으로 전문 컨설팅을 받았다. 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진학상담 프로그램이었다. 비용은 무료.
새로운 전략 추천보다는 아마추어인 아빠가 딸과의 대화를 통해 도출한 지원 학교 목록, 학교별 전형방식 등 입시 전략을 검증받는 자리였다. 당사자인 나도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다.
나는 진학전문지원관에게 입시 준비 과정, 지원 학교 목록과 그 이유 등을 설명했다.
"아버님 참 대단하십니다."
감탄한 듯 지원관이 연신 되풀히했다. 전문가의 눈에도 공들여 만든 입시 전략이 틀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오히려 지원관이 제시한 대학 입시정보를 수정하고 토론할 정도였다.
전국 불특정 다수의 대학을 다루는 지원관보다 딸아이의 관심 학교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나의 정보가 더 정확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일이다.
'열성'적인 아빠에게 감탄한 지원관은 주어진 30분을 훌쩍 넘겨 선뜻 1시간을 내주었다.
다른 이에게 보여준 적 없다는 본인의 비기인 입시 강의자료를 꺼내 들고 열성적인 아빠만큼이나 열성적인 1대 1 강의를 해줬다. 사무실 문을 나설 때는 언제든 연락하라며 핸드폰 번호도 건네줬다.
그 해 딸은 무사히 수능을 치렀고, 면접을 거쳐 치의예과에 합격했다. 제1순위인 의대 진학은 아니었지만 차순위였기에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한 드라마의 대사처럼 (컨설팅 업체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를 믿어도 될까?
컨설팅 비용 지불로 학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일까?
물론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요'다.
대입 컨설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컨설팅은 추천할만하다. 수험생이, 그리고 그 학부모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깨우쳐 줄 수도 있으며, 목표 대학의 지원 유효성도 검증받을 수 있다.
하지만 컨설팅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두 번 만나는 전문 컨설턴트가 아닌 자녀를 가장 잘 아는 학부모가 그 역에 제격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입시에 대해 자녀와 함께 꾸준히 대화하고 의견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수험생인 자녀의 목표 진로를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대해 차근차근 리서치하듯 공부하면 된다. '대학어디가'와 같이 참고할 만한 공신력 있는 사이트와 자료는 차고 넘친다.
이러한 노력 위에 시나 도에서 운영하는 무료 컨설팅을 활용하면 자녀에게 안성맞춤인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값비싼 유료 컨설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컨설팅은 거들 뿐', 주는 수험생 자녀 그리고 그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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