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동물농장 출연
집 멍이의 표본인 영옥이는 칭찬할게 정말 많다. 사람이 좋아 손길을 피하지 않고, 밥 먹을 땐 사료만 줘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그리고 절대 집안에서 짖거나 저지레, 대소변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반려견이다. 그런 영옥이를 보며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까망이는 점차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잠시 떨어져 있다 만나면 반가움에 꼬리를 흔들기도 했고 생전 먹어본 적 없는 간식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지켜보면 밥을 먹지 못했고 구석에 몰아 터치라도 하려면 입질을 하거나 온몸을 심하게 떠는 등 심각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렇게 임보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되었지만 큰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시간이 약이니 기다리다 보면 까망이가 마음을 열 것이라며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빨리 까망이와 가까워지고 싶은 왠지 모를 조급한 마음에 그런 아이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아이가 변한다는 말들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 자주 찾아보는 반려동물 훈련사 이찬종 선생님의 영상을 보다가 큰 기대 없이 SBS TV 동물농장에 제보를 하게 되었다. 며칠 후 작가님의 연락과 함께 촬영이 시작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견' 까망이의 이야기가 방송에 나오게 되었다. 솔직히 개인 사생활을 공개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특히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현재 와이프)와 함께 출연해야 했기에 부담이 없지 않았다. 업계 최고의 전문가로부터 확실한 컨설팅을 받을 수 다는 기대감에 들뜨다가도 한편으로 까망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솔루션 촬영 당일 이찬종 선생님이 제안한 솔루션은 바로 영옥이를 활용한 교육이었는데 그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다른 강아지와는 경계가 덜한 까망이를 위해 사람이 아닌 영옥이에 의해 교육이 주도되었고 결과적으로 하네스와 울타리 없이도 터치가 가능한 극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촬영 이후에도 영옥이의 도움으로 수차례 교육을 진행했다. 이 후 여느 반려 견들처럼 완벽하게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옥상 산책 후 발을 닦기 위해 안거나 목욕과 양치를 위해 얼굴을 만져도 입질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손으로 주는 간식도 잘 받아먹고 아침이면 꼬리 치며 다가와 손을 핥아주고 간다. 어느 순간 까망이에게 이보다 더 많은 용기를 내어달라 요구하는 건 어쩌면 내 욕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산책은 불가능하지만 하루에 서너 번 옥상에서 마음껏 배변하며 뛰어놀고 날 좋은 주말엔 자주 가는 운동장에서 풀냄새 맡으며 간식 먹는 게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엔 영옥이의 엄청난 역할이 있었다. 영옥이에게 많은 의지를 하는 까망이를 보며 다시 한번 사랑스러운 영옥이를 쓰다듬어주게 된다. 그리고 날씨 좋은 2021년 가을 영옥이가 있어 정말 감사했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