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마음들이 서로 만날 때
반만 길들여진 말들이 있다. 그런 말들을 하프 브로크라고 부른다고 한다.
반만 길들여진 사람도 있다.
이 책은 반만 길들여진 말과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없는 조각들을 상대에게서 찾아서 아주 조금씩 채워지는 그런 이야기다.
배경은 미국 뉴멕시코주의 목장이다. 이 목장은 실제로 교도소인데, 중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 목장으로 옮겨오겠다고 신청해서 판사가 허락하면, 남은 형기를 목장에서 마쳐도 된다. 즉 이 목장에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은 범죄자인 것이다.
이 목장에 말 조련사인 주인공 진저가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딘가 버려졌던 말과, 유년시절부터 바스라져있던 사람들이 만났다. 그 중간에 진저가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의 대부분은 약물중독이거나 알콜중독이다.
약물중독과 알콜중독은 지독히도 가난하고 사회적 자본이 없는 계층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범죄다. 부모, 또는 조부모부터 약에 의존해 살아온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뭔가 이것과 별개의 새로운 인생을 살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약물을 접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어른이나, 학교를 만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저들은 쉽게 범죄자가 되고 말았고, 거기에서 벗어나기는 더더욱 어려워보인다. 교도소 밖에 나가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들이 (어딘가 부서진) 말을 만나면서 서로 치유가 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딱히 섣부른 위로나 반짝이는 수식어가 없어도 된다. 단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믿어주는 것만으로 치유될 때가 있다.
말과 사람은 이렇게 서로 치유되고 치유받게 된다.
사람과 말들은 "현재를 사는 능력"을 이야기한다. 이 목장의 규율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이다. 그 사람이 범죄자라 할지라도, 과거에 살도록 하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깃든 규칙이다. 과거에서 건너와 현재를 사는 것을 이 목장에서 익히는 것이다. 말이야말로 가장 현재적인 동물이 아닐까. 말은 감정에 솔직하고, 주인의 내면에 자신을 녹아들게 한다.(물론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다, 이 책의 표현대로다.) 말을 탈 때만큼은 과거에 연연할 시간이 없다.
가끔은 실패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약물에 손을 대거나 술에 의존하게 되는 사람들 말이다. 다시 과거로 끌려들어가 똑같은 과정을 겪으며 가까스로 희망을 꿈꾸거나, 아니면 포기하게 되겠지.(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헤롱이가 생각난다) 그래도 이 목장에서 잠시나마 가졌던 희망에 대해선 잊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다시 가고싶은 깃발이 될 수도 있으려나.
책에선 사람과 말들은 드넓은 대지에서 부서진 모양들을 만나게 된다. 지금도 우리나라에도 부서진 말들, 사람들이 있겠지. 반쯤 부서진 강아지들, 고양이들.. 다리를 절룩거리며 위태롭게 다니는 동네 길고양이가 떠오른다. 우리에게 말보다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익숙하다.
좁디 좁은 우리나라. 어깨를 부딪히며 살아가야 되는 우리는 어느 공간에서 치유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솔직하게 자기를 드러내는 동물과 사람을 만날 수나 있을까. 황량하지만 넓은 자연에서 부대끼는 등장인물들이 인상적이다.
반쯤 길들여지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말들이 우리의 스승이다. 그 녀석들은 우리가 지금 여기를 살게 하고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고 집중하게 한다"
앞으로 말들을 만나면서 명심해 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