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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괭이네 집 Jan 17. 2020

덕후의 1단계 레벨업, '겉돌'

너의 덕질일기6

덕후라는 말의 어원이 일본의 '오타쿠'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그런데 한국의 아이돌 덕후와 오타쿠의 결정적 차이는 '행동반경'에 있다. 주로 오타쿠는 그 단어 그대로 '집'이라는 장소에 묶여 있다는 의미였다.(요즘 게임덕후도 행동반경이 훨씬 넓다는 댓글에 반성~덕질을 귀동냥, 눈동냥으로 배우는 자의 3인칭 시점이라...) 그런데 아이돌 덕후는 다르다. 그들의 덕질 라이프는 절~대 '집'에 머무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돌 덕후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K-pop 시장의 시스템이다. 현재 K-pop 시장은 한해에 수많은 아이돌들이 데뷔하는 레드오션이다. 그 때문에 K-pop 아티스트들은 지나친 성실함을 요구받는다. 엄청난 팬덤을 소유하고 있지 않는 한, 인기 아이돌이라고 년 2회 이상은 꼬박꼬박 컴백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금세 잊히고 다.


컴백 앨범과 함께 이어지는 방송활동, 콘서트, 팬미팅, 팬사인회, 연말 시상식 등, 컴백이 잦은 만큼 부대행사도 잦은 것은 당연지사. 이쯤 되면 평소 '이불 밖은 위험해.'를 외치는 덕후라 할지라도 엉덩이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


러나 아이돌 덕후를 움직이게 하는 진짜 동력은 따로 있다.  바로 그 이름도 요상한 '겉돌'이다.  덕후라면 모두 알고 있는 용어겠지만, 덕후의 삶과는 거리가 멀고 먼 사람들에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말이다.


여기서 잠깐! 겉돌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자. 이 용어는 '겉돌다'에서 온 말이 아니다. 모두 잘 알다시피 겉돌다의 사전적 정의는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지내다'이다. 그런데 콘서트 겉돌은 그것과는 다른 어원을 지닌다. '겉을 돌다'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콘서트장 바깥을 돌아다니는 행위. 그것이 겉돌이다.


이 겉돌은 보통 콘서트가 열리는 당일 오전부터 콘서트 시작 전까지 진행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콘서트장 앞에 형성되는 마켓 덕분이다. 팬들이 개인적으로 만든 비공식 굿즈 판매와 '나눔', 개인 소장 공식 굿즈의 교환이 주로 이루어지는 장이다. 사실상 판매는 불법이라 보안요원들의 감시가 잦지만, 콘서트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슬로건들은 거의 여기서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마켓은 비록 티켓팅에 성공하지 못했어도 콘서트의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하는 덕후들을 콘서트장에 모이게 만든다. 그들의 무리가 함께 형성해낸 특이한 문화가  바로 겉돌이다.


티켓팅에 실패하였으면 어떠랴. 비록 무대 위의 스타를 영접할 수 없지만, 콘서트의 재미는 콘서트장 내에만 있는 것이 아닌 것을. 돌과 함께 유산소 운동은 덤이다.


똥손에 우는 가여운 어린양들의 덕질을 즐겁게 레벨 업 시키는 '겉돌.' 골방에 갇힌 고독한 열광이 아닌 모두가 함께 나와 즐기는 이 독특한 한국적 팬덤 문화의 진수가 여기에 있다.  이 점에서 본다면 겉돌 문화는 K-pop 덕후로 하여금 덕질을 이어나가게 만드는 또 다른 재미의 원천인 것 같다.


돌이 궁금하다고? 일단 도전해보시라. 단 4-5시간은 거뜬하게 버텨낼 체력은 필수다. 그 시간 동안 걷고, 줄 서고, 쭈그리고, 일어서고, 때로 달리는 다양한 덕후식 유산소 운동이 이루어진다.


공부에만 체력이 요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즐겁게 덕질하기 위해서도 체력은 필수. 이러니 체력이 국력이란 말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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