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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괭이네 집 Jan 23. 2020

덕질 1+1, 널리 아이돌을 이롭게 하라

너의 덕질일기8

엄마로서 나는 아이에게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헛된 꿈인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친구 같은 엄마'는 내가 꿈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친구로 받아줘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전략 수정. '가끔 친구 같은 엄마'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갖기로 했다. 사실 매일 친구 같기 위해서는 엄마인 내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직시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 '가끔'도 쉽지만은 않았다. 사춘기 딸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무시무시한 중2병의 시작 이래, 그녀의 삶은 그냥 짜증의 연속이었다. 잘 다녀왔냐고 물어도, 밥 먹었냐고 물어도 왜 성질을 내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부모님이 너 같은 딸 낳아보라고 하셨는지 그제야 알았다.ㅠㅠ


그러나 나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그녀의 덕질~!!! 유레카~!!!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덕질이야말로 이 꿈을 이루어주는 열쇠일 수 있음을... 그리하여 시작된 덕질 관찰~~


1. 아는 만큼 보인다. 그녀가 덕질 라이프를 시작한 이래, BTS는 나의 하루를 채우는 키워드가 되었다. 출근이나 퇴근길에 한두 번은 검색해서 기사를 찾고 중요한 기사는 링크도 스크랩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그녀와의 대화에 물꼬를 트는 결정적인 한방이 되었다.


2. 아는 것이 힘이다. 무슨 말을 던져도 온갖 짜증과 발광(?)을 발사하던 그녀와 부드러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프리패스. 그 놀라운 분들이 바로 BTS이었. 나에게 방탄소년단은 그 자체로 광명이었다. 그들을 알아갈수록 나는 내 꿈에 근접해갈 수 있었다.


3.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 딸과의 다정한 대화에 늘 '원츄'를 외치던 나는, 정말 무섭게 BTS를 공부했다. 그리고 느 순간 나 역시 반은 입덕 해버리고 말았.


그래서일까? 그녀가 새로운 여돌에게 추가 입덕 했던 당시, 나의 충격은 너무나 컸다. 밤새 한 과목을 공부했는데 다음날 시험과목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이런 기분일까? 혹은 부모님의 사랑을 동생에 홀랑 빼앗 기분이 이럴까?


어떻게., 어떻게... 사랑이 둘이 될 수 있는 거니?


하지만 나는 참으로 현실 적응이 빠른 편이다. 그녀가 새롭게 입덕 한 어여쁜 처자들을 본 순간 깨달았다. 우리의 심장은 본래 좌우로 나누어진 것이었음을...


이 새로운 다섯 언냐들은~~두둥 두둥~~ 그 이름도 상큼한 레드벨벳!!!


그러나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그때는 미처 몰랐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음을...


그녀의 2차 입덕으로 공포의 보드게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일곱 청년의 얼굴과 캐릭터를 겨우 마스터하고 이제 겨우 잘난 척을 시전 하려던 찰나, 또 다른 테스트가 닥쳐온 것이다.


그러나 역시 공부도 해본 사람이 낫다고. 포카(포토카드)로 진행되는 테스트에서 나는 꽤나 우수했다. 문제는 나의 그녀... 악독하게도 뮤비로 테스트 종목을 바꾸었다. 엄마의 우수한 두뇌를 떨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왜 구분을 못하냐며 갖은 구박을 받은 끝에 겨우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 새로운 입덕으로 우리 집 그녀의 덕질 라이프는 성비의 균형을 이루며 더욱 찬란해졌다.  후로 2년, 오늘도 아미이자 러비인 그녀는 매일 홍익인간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 중이다. 집의 기둥뿌리를 뽑아 널리 아이돌을 이롭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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