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를 꿈꾸는 커뮤니티 기획자의 노트
논스는 2018년 블록체인 기반 미래 혁명가들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모토로 출발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르기 전에, 혹은 정상을 향하다 부상을 입었을 때, 이곳 베이스캠프 논스에 와서 다시 용기와 정을 충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정상을 향해 논스 마을을 홀연히 떠났다. 그렇게 논스 마을에는 드래곤과 싸워서 이겼다는 전설이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논스가 오고가는 100명의 멤버들로 마을을 이루며 베이스캠프를 지킨지도 만 5년의 시간이 흘렀다. 함께 먹고, 자고, 일하면서 다인실에서 밤 늦게 키보드 두드리며 민폐를 끼치던 누군가가, 아침에 알람이 100번이 울려도 깨지 않던 누군가도, 컨퍼런스에서 받은 티셔츠를 기본 스킨템으로 장착하던 누군가가 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를 키워내곤 했다.
그런데 논스에는 주식회사나 DAO 같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커뮤니티 말고, 새로운 커뮤니티들이 탄생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친동생을 자꾸 입주 시키려고 시도한다든지, 결혼을 하고도 논스 사람들과 자녀 계획을 함께 하고 싶다든지, 초기에 설계했던 개인 객실의 지문이 무색할 정도로 방문을 개방하고 가족같이 살고 있다.
커뮤니티의 비전은 마치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여서 자라난다. 멤버들이 성장할 때 마다 커뮤니티가 나아가는 방향도 끊임없이 진화하게 된다. 멤버들에게 공동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의 합이 그 커뮤니티의 새로운 비전이다. 그래서 지금 논스를 살고 있는 멤버들의 머리속에 하나둘씩 이런 질문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같이 도시세워서 오래 살아보지 않을래?
논스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자 회의적인 시각이다. 사실 크립토는 사이퍼펑크 운동에서 출발했다. 사이퍼 펑크는 70년대 미국 정부의 감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디지털 자유에 대한 운동이었다. 중앙정부의 개입 없이도 믿을 수 있는 trustless technology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그래서 크립토씬에는 익명의 개발자들이 코드로 기여하며 비밀요원 같은 삶을 살아가는 풍경이 있었다. 비트코인 부터가 창립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부터 철저히 익명을 기반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ㄴ이 역사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pet3rpan의 <Before Bitcoin Series 1-3> 를 참고.
ㄴ한국어 패치가 필요하면 홀리크립토의 친절한 번역본. 하지만 스크롭압박 주의.
"We connect trustworthy people
building trustless technologies."
역설적으로 논스는 turstless technology를 빌드하기 위해 높은 밀도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turstworthy community로 시작했다. 그래서 자유로운 노마드 인생을 영위하는 크립토 원로들에게는 논스가 도시를 세워 어딘가에 정박한다는 것은 고루한 일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그것도 서울에에서 가장 비싼 강남 한복판에서 non-profitable, non-flexible, non-scalabe한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운명적으로 non...ce라는 이름을?
그렇게 돈이 돈을 부르는 ICO, 디파이 창업으로 외부 세상이 막대한 부를 쌓아가는 동안 초원의 무림고수들만 지내는 마을처럼 진정성 하나로 버티던 논스. 어느날 2021년 11월 1일 비탈릭이 본인의 트위터에 Crypto Cities!를 외친다. 그리고 발라지의 Network States까지. 크립토 OG(original gangster라고 불리는 업계 은어)들도 왜 오프라인에 열광하는가?
나는 모든 창조물은 과거의 기록에 대한 변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과거의 역사의 변형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미래를 논하기 전에, 춘추전국 시대에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병서를 펼쳐보았던 장군의 마음으로 과거의 역사를 들추어 보곤 한다.
은 2년 전의 기록을 복기해야 하므로 다음 편에...
2022년 논스 컬쳐디렉터로써 끄적였던 노트입니다. 그리고 2023년 조금 떨어져서 여러 커뮤니티를 둘러보았습니다. 앞으로 글은 (주)논스를 대변하는 홍보가 아닌, 이 기술 문명의 전환기에 커뮤니티를 어떻게 바라볼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해나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