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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Apr 21. 2023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스토커

내 강아지 쿠키

언제 어디서나 나를 좇는 까망 눈.

책을 읽다가도 무엇을 먹다가도 그리고 크림이를 쓰다듬거나 뽀뽀를 하다가도 시선이 느껴져 보면 쿠키가 보고 있다. 뚫어지게.

특히 크림이에게 뽀뽀하다 딱 걸리면 화들짝 놀라

바로 쿠키를 어르고 달래고 더 많이 뽀뽀해 준다~

(이미 상처받은 쿠키에게 위로가 됐을까?ㅠ)


크림이가 신부전 진단을 받고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슬픔 속에 건강까지 흔들렸는데 한편으론  11살 된 쿠키마저 어디가 크게 아픈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왠지 모르게  쿠키도 어디가 아플 것만 같았다.

아플 나이도 됐다는 게 더 무서웠다.

눈을 들여다보면 백내장도 온 것 같고 조물조물 만지고 쓰담쓰담하다 보면 배에 뭔가가 잡히는 것 같기도 했다.

불안한 와중에 한 가지 위안은 산책을 나가면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는 쿠키의 생기와 활달함이었다.  어디가 크게 아프면 이럴 수는 없지~그런 생각에  잠시 마음을 놓았다가도 불안해지곤 했다.

크림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나날이 커져서 쿠키만은 건강해야 하는데 하는 바람도 있었다.

산책후  의자에 앉아 멍때리기 좋아하는 쿠키, 집에 갈 생각을 안한다.

안도와 불안을 거듭하다 진실은 마주해야 한다는

결심에 쿠키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다행히 원래 나쁘던 간수치만 나쁘고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배에 잡히는 것도 별 것 아니었다.

간수치도 세 개 중 한 개만 나쁜 것이라 별 문제될 것은 없지만 어쨌든 밀크시슬을  처방받았다.  나도 못 먹어본 밀크씨쓸....

한 달 치가 6만 원에 몇 년을 먹어야 하는 비싼 약이지만  이 정도 우리 쿠키한테 못해줄까.(크림이는 쿠키에 비하면 물 쓰듯 쓰는데)

알이 커서 억지로 삼키게 할 수도 없고  갈아주자니

크림이 약 먹이는 것도 힘들어서 쿠키를 붙들고

설명을 했다.


"아가야,  이거 엄청 좋고 비싼 약인데  맛있대.  와~

냄새도 좋고 진짜 맛나겠다.  엄마아빠도 못 먹는

밀크씨슬에 아르기닌에 좋다는 건 다 들어있네~"

냄새를 맡더니 고개를 돌린다.

알이 너무 커서  내 이로 우두둑 반을 쪼개  주니

도로 호기심을 보이지만 또 고개를 돌린다.

어쩔 수 없이 강압적으로 입을 벌려 넣으려니 그때서야 마지못해 먹는 착한 쿠키.

오~그런데 꽤 맛이 있었는지 오드득오드득 먹더니 또 달라는 눈치다.  성공!


유산균 역시 가루를 물에 녹여주는데 질색을 한다.  주사기로 강급을 하려 하니 마지못해 핥짝핥짝

먹는데  대신  내 손에서만 먹는다.  주사기에 녹인 유산균을 담아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조금씩 흘려주어야만 먹는다. (크림이는 안아서 주사기로 강제급여 중이다.)

아마도  그간 츄르다 캔이다 이것저것 떠다 먹이고

사료도 하루 열두 번씩 손에 들고 쫓아다녀야 몇 알 먹으면서도 폭풍칭찬받는  크림이가 내심 부러웠을 것이다.  말은 안 해도 우리 착한 쿠키는 마음의 상처가 많았겠지.


항상 크림이에게 양보하고 잘지내는 착한 쿠키


딸과 아들 생각도 났다.

아들과 비교해 건강하기도 영특하기도 했던 딸보다 조산해서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집에 온 아들에게  할머니들과 엄마 아빠의 관심이 쏠린 건 당연했지만  이제 생각해 보면 우리 딸이 섭섭할 일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다. 게다가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집을 떠나 기숙사생활 중이다.

(물론 내가 그 기숙사 학교를 넣느라 엄청 힘들고  늙었지만  그래도 생각할수록 고맙고 짠하고 미안하고)


한 번은 집에 온 딸이 크림이 아픈 얘기에 크림이 간병을 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와~~ 엄마가 이렇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이었어?? 첨 알았어~~~^^눈물도 그렇게 많다니  놀랍다.  진짜. "

충격보다 어이가 없었지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가 그간 우리 딸에게 그리  냉정했나?

돌아보니 그랬다. 슬프게도.

생각이 많아졌는데 다음날 또 다른 말을 한다.


"엄마,  나는 애도 안 낳고 동물도 안 키울래.

엄마처럼  신경쓰고  정성껏 키울 자신이 없어!"

나의 냉정함과 닦달도 사랑과 책임의 빗나간 행동이었다는걸  만일 알아준 거라면 참 고맙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쿠키는  내 옆에서 촉촉한 까망 눈으로 사랑을 담고  나를 본다.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스토커 쿠키야, 엄마랑 사이좋게 늙어가자~^^



PS  크림이가 아프자 쿠키는 본격적으로?  찬밥이 됐을거라  걱정들을 많이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어요.

쿠키까지 아프거나 힘들까봐 전보다  더 신경쓰고  산책 시간도 로 늘었습니다. 아마도 쿠키는 크림이 안아팠을 때보다 요즘이 더 좋을거에요~

대신 제 몸만  축나고 있습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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