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이 May 16. 2023

위로

내 고양이 크림이 덕분에.

하얗고 예쁜 내 고양이 크림이가 별이 된 지

벌써 일주일.


나는 그간  어마 어마한 위로를 받았다.

우는 나를 따라 같이 울어주는 친구들 언니들도

있었다.

다들 진심으로  크림이의 명복을 빌어주고

나의 아픔에 공감해 주었다.  


심지어 슬픈 마음을 봉투에 담아

너무 큰 액수의 부의금을

건넨 언니도 있었고

끼니 굶고 울기만 할까 봐

열흘동안 먹고도 남을  음식을 바리바리

보내준 동생도 있었다.



지난주 결석하고

오랜만에 간 대학원에선

말없는 포옹과 위로 한 스푼 담긴

따뜻한 커피를 받기도 했다.


 내 마음에 힘을 보태주신

브런치 작가님들께도 큰 위로를 받았다.




크림이 간병에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서

맨날 울고 우울하게 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쓰담쓰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냥이가 빨리 가는 게 낫겠다고 말한 언니도  

있었다.

항상 밝았던 내 모습이 다 사라졌다며,

안타까워서 한 말임을 알기에

 희미하게 같이 웃었다.

그 언니도 오래 기르던 강아지를 잃고

한동안 힘들었었.

 아프고 병들어 꿈적하지 못하다가

결국 강아지별로 떠나던 그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곧 닥칠 크림이와 나의 일이기도 한 것 같아

너무 슬펐다.

강아지에게바로 미래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병들고 죽어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위로를 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즈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나 하는 호기심으로

내 눈물의 의미를 묻던 누군가는,

어디 가서 고양이 아파서 운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팔자 좋은 걱정이라고 했다.


크림이가 별나라로 갔단 소식에

그 고양이 참 잘 죽었다고 말한  어른? 도 있었다.


그 사람들에 화가 났냐고  섭섭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크림이가 아플때부터 크림이가  없는 지금, 

나는 축 쳐지고 가라앉아

예전처럼 흥분할 일도 화가 날 일도 없다.

지나가던 날 누가  때린대도

따질 기운도  없다.


아니,  고작 고양이  아픈 걸로 양이 죽은 걸로

그러는 거야??

그런 마음도 그냥 이해한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겠지.

몰라서 그러겠지.

어떤 건진 모르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을 딱딱하게 만든 수많은 시련과 아픔을 짐작할 뿐이다.

자갈밭길로  마음까지 삭막해지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한다. 




사주를 잘 보는, 속세에서 발 떼고 사는 내 친구는

신비로운 하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흰고양이는 동물계와 인간계의  사이에서 머물다가

인간에게 와서 충분한 사랑과 행복을 느끼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다음 세상으로 서둘러 떠난다는 것이다.

정말로 우리 크림이가  사랑과 행복이

 풀로 충전되어 떠난 거라면

 흘리는 내 눈물에 애통함은 뺄 수 있을 것 같다.


 마음 수련을 하며 도심을 떠나

글을 쓰는 소설가 친구는

크림이가 진정한 사랑을 남겨두고 떠난 거라면서

나중에 꼭 나를 마중 나올 거라고 말해 줬다.


우리 크림이는

살았을  때는 그렇게 큰 웃음과 행복을 주더니

별이  되어선 친구들을 통해 위로와  사랑과

큰 마음을  선물로 주었다.


그래도 보고 싶어,  크림아.

안으면 양탄자처럼 푹신하고 따스하던 너의 털,

갸르릉 거리며 내 뽀뽀에 응답하던 너.

귓가를 간지럽히던 야옹야옹 소리

화장실 갈 때마다 눈 비비고 나타나던 너.


너는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했어.

너의 사진을 봤거나 직접 만났던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입양까지 고려하던 사람들도 많았대.


어쨌든 보고 싶어.

시도 때도 없이 펑펑 울어서 사연 있는

아줌마처럼 보여도 상관없이 울고 있어.

보고 싶어  크림아.



작가의 이전글 랜선 집사가 되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