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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Jun 02. 2023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백야 그리고...


새벽에 눈을 떴다. 시간은 오전 3시.

여기가 어디지?  아... 스웨덴  스톡홀름.

암스테르담을 경유한  기나긴 비행 후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곯아떨어졌지.


그런데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환한 불빛,

말로만 듣던 백야였다.




인천에서 암스테르담까지  13시간의 비행과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 스톡홀름 공항까지

 두어 시간  내내  나는  크림이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 여행과 크림이는 떼려야

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남편을 따라 스웨덴을 가기로 다.

마침 남편 생일도 있고,  챙기다 말다 하는 결혼

기념일도 있고 5월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라

무엇보다 내가 동경하던 북유럽 '스웨덴이라서'

업도 빠지기로 작정했었다.

하지만 크림이의 병은 점점 중해졌고 나는 이 여행을  즐겁게 갈 자신이 없어졌다.  아픈 아이를 언니한테 맡기고 가는  것도  탐탁지 않았고 행여나

나 없는 동안 큰일이 나면 어쩌나 겁도 났다.

언니와 엄마는 걱정 말고 다녀오라 했지만 나는 

갈팡질팡했다.  급기야는 내 비행기표를 취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매일 고민이 깊어졌다.


남편은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쿠키와 크림이를  가슴으로 입양한 자식과 

동일선상에서  두고 보았다면 남편은  사람과 반려 동물을 구분했다. 

우리도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데

유한하고 소중한 시간을  크림이  때문에 포기하려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슴 아프고 애석하긴 해도 최선을 다해 돌봐주면 그 책임과 사랑을 다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 태도가  솔직히 머리로는 이해가 갔지만 너무 섭섭했다고나 할까.

물론 누가 그르다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부부간의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집안 분위기는    달이 넘도록

내 눈물로 ' 초상집'이었으니  생각이 다른   

남편은  뭐라곤  못해도 답답하고 화도 났을 것이다.


하지만  아픈 크림이에게 병과 함께  엄마 아빠의  갈등도 짐이 되었을까... 믿을 수 없게도 크림이는 너무 일찍 눈을 감아버렸다... 정말 지금도 현실감이 없다...


이후로도  남편과 나의 골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았지만  남편은 일 때문에 어차피 떠나야 했고 나도

크림이가 없는 마당에 수수료까지 내고 내 비행기를  취소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니  실은  크림이  흔적이 그대로인 집을 떠나고도 싶어서,  나는 남편을 따라 5월 29일 스웨덴에 온 것이다. 대화도 없이 그렇게.


백야,  하얀 밤.

자연스레 하얀 크림이가 떠올랐고  마치

엄마  맘 편히  여행이나 하라고  그리  가버렸나 하는 생각마저 들자, 스톡홀름 곳곳을  제대로 구경하겠다는 의지마저 싹텄다.




웨덴은 덴마크 노르웨이와 함께 스칸디나반도에 자리한 북유럽 선진국이다. 스웨덴의  정식 명칭은 스웨덴 왕국,  입헌군주제를 유지 중인 나라다.

수도인 스톡홀름의 홀름(holm)은  섬이란 뜻이 있는데 실제로 스웨덴은  14개의 섬과 그 섬들을 잇는 50여 개의 다리로 이루어져 있다.


깨끗하고 정갈한, 친절하지만 무심하고 차가운,

남녀 모두 평등한 사회 복지 국가인 이곳을  남편과 나는  대부분  '걸어서' 다녔다.

맑은 공기,  기온 15~20도의 선선한 바람,  눈부신 햇살 덕분에.

(우버는 최소한으로 이용했다)


걷고 걷고 또 걸으면서 스톡홀름에 녹아들었고

켜켜이 쌓인 서운함과 갈등도 조금씩 풀어졌다.

밥도 먹고 맥주도  한잔 하면서  ㅡ단 림이 얘기만  빼고ㅡ언제나처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암막 커튼 사이로 비치는 빛 때문인지  종일 걷고

일찍 잠자리에 든 까닭인지 늘  새벽에 저절로 눈을 뜬다. 오늘도 어김이 없다.

아가는 날까지 그렇겠지.


평화로운 북유럽의 도시  스웨덴 스톡홀름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새벽 세시반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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