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준비를 하는데 중3아들이 묻는다.
"엄마, 엄마는 개포동이 좋아 반포동이 좋아?"
(헐, 이 녀석이 벌써 부동산에 관심이 있나?
입지를 묻는 건가 급지를 따지는 건가.
집의 위치가 지위재가 되었다는 요즘이다.
이런 발언 민감한데. 조심해야 하는데. 일단 들어보고 입단속도 해야겠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다.)
"개포동은 산이 가까이 있어서 좋고, 반포동은 한강공원이 가까워서 좋을 거 같은데? 둘 다 좋지 뭐.
근데 아들 갑자기 그건 왜 물어?"
(대답하면서 나도 모르게 개포동에서 살까 반포동에서 살까 상상하며 즐거웠다가 거기로 이사 가자고 하면 어쩌나 겁도 난다.)
"나는 그나마 반포동이 나은 거 같아."
(아들아... 반포동에 '그나마'를 붙이다니! 그리고 명실상부 최고의 동네에 '좋다'도 아닌 '낫다'라니. 네가 아직 뭘 잘 모르는구나. 아닌가? 반포동을 고른걸 보니 혹시 평균 평단가라도 알고 하는 말인가? 이것이 그 유명한 내 아이의 부동산 영재적 모먼트인가? 아들의 한마디에 나는 머리를 굴리느라 뇌의 RPM이 급상승한다. 그래도 아직 확실치 않으니 조심스레 의중을 떠본다. )
"어떤 점에서 넌 반포동이 더 좋은데?"
"개포동은 개-포동 하니깐 뚱뚱한 거고, 반포동은 반만 포동 하니깐 약간만 포동한 거잖아. 내가 지금은 개-포동 하지만( 나에겐 포동포동 귀엽기만 하지만 다이어트 중인 아들 ^^) 조만간 반-포동 해질 거거든."
개포동과 반포동 집값을 떠올리며, 현재 우리 집과의 갭을 계산하며 머리를 굴렸던 속물엄마는 잠깐이나마 개포동과 반포동에서 사는 상상으로 행복했다가 아들의 유머에 깔깔 웃다가 아들의 뱃살에 살짝 심난해지는 복합적 모먼트였다.
** 아이 말로는 유튜브에서 본 유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비만도가 가장 높은 동은? 개포동. 그다음은? 반포동. 이런 식의 넌센스 유머요. 엄마가 좋아할 만한 유머라 해봤다는 육식공룡의 이야기였습니다.
#엄마도반포동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