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배야.... ? (내돈내산 서평)
책은 도끼라고 했던가? 살다 보면 종종 도끼 같은 책을 만나게 된다. 자본주의에 내 두 눈을 뜨게 해 준 첫 번째 책은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였다. 자본주의가 왜 자본주의인지 기본적 개념조차 모호한 상태에서 이 책은 그야말로 도끼였다. 그 이후로 돈의 속성, 부의 본능, 부의 추월차선, 레버리지, 자본주의, 웰씽킹, 부자의 그릇, 인간관계론 등등 지난 몇 년간 부(富)과 관련된 책을(물론 그것이 때로는 철학이나 역사 등의 인문학과 연결되고, 자기 계발이나 건강과 뇌과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많이 읽어온 듯하다.
코로나 전후로 그런 책들을 읽고 공부하면서 정말 일상이 풍요로워졌다. 운동을 하게 되었고, 독서량을 늘리면서 시간을 관리하게 되었으며,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돈을 모으고 불리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보통은 책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 부자아빠를 실제로 만나 한국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작가님이 계신다. 그것도 이곳 브런치스토리에!
재넘어파 작가님 글을 처음 보게 된 건 내가 처음 브런치스토리에 합격하고 바로 그날이었던 듯하다.(2023년 11월 초) 학교 선생님이셨던 작가님의 학생들 이야기에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재미있게 엿볼 수도 있었고 에피소드마다 생각해 볼거리도 참 많았다. 무엇보다 작가님 글을 읽다 보면 한 두 번은 피식 혹은 푸핫 하고 웃음이 난다. 흔히 이야기하는 재미와 의미가 다 담긴 글들. 그렇게 작가님 팬이 되었는데 어느 날 아내분이 부잣집 딸임을 고백하며 심상치 않고 범상치 않은 인생이야기가 연재되기 시작했다.
[브런치북]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brunch.co.kr)
학교 이야기와 학생이야기만 재미있게 쓰시는 줄 알았는데 장인어른 이야기와 작가님이 살아온 이야기는 울림도 있고 웃음도 있었다. 공감능력 좋은 나는 가상화폐 투자도 하지도 않는데 작가님의 가상화폐 투자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같이 심장이 쫄깃해졌다가 웅장해지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급등과 하락, 주식투자의 사이클을 경험한 덕에 손뼉 치며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 장인어른과 함께 보내는 밤의 이야기를 읽을 땐 나도 모르게 불편하고 소화도 잘 안 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공감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연재를 읽어가며 때론 답글을 남겨 작가님과 소통하는 재미도 매우 컸다.
그 후 글이 뜸했던 작가님 어디서 사업하시는 건가? 육아 때문에 정신이 없으신가? 많은 생각을 하다가 아무래도 이 연재가 책이 되고 있지 않을까 싶은 상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리고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 배장훈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 배장훈 | 알라딘 (aladin.co.kr)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 예스24 (yes24.com)
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고 바로 구매해 정말 단숨에 읽어버렸다. 연재에 있는 내용도 있고 없는 내용도 있는 듯했다. 연재 한편 한편마다 읽으며 공감하고 자주 댓글을 남기면서 봤던 글이 책이 되어 내 손에 있다니.
왠지 감동적이었다. 이 글들이 책이 되는 데에 나도 아주 쪼금은 일조한 것 같아 뿌듯했다.
부자가 되는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길은 많지만 방향은 하나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더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길의 방향이 아닌 곳을 바라보며 부자가 되길 바란다. 작은 돈을 무시하고 남이 이룬 부를 경시하면서, 부자들을 좋아하기는커녕 경멸하면서 자신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원래의 목표에서 멀어질 뿐이다. 프롤로그의 고백에서처럼 부자 아빠인 장인어른 분이 물려주신 것이 100억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어마한 부를 향해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당신이 걸어온 길은 어땠는지를 정말 솔직하고 진실되게 알려주셨다는 생각이 책 곳곳에서 느껴졌다.
작가님은 그것을 '부자 아빠께 100억 비전 상속받기'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 '비전'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작가님도 작가님의 친척, 친구분들도 궁금해했던 궁금증이 풀렸다. (작가님께는 아무도 왜 아내분과 결혼하는지를 묻지 않고 그저 잘해주라고만 했는데 아내분께는 왜 작가님과 결혼하는지 모두가 궁금해했다는 부분이 있다.) 내가 여자라고 모든 여자의 마음을 대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감히 한마디 보태본다면 여자는 돈이 없는 남자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비전이 없어서 미래에도 별 볼 일 없을 것 같은 남자가 싫은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약 20년쯤 전 비슷한 때에 두 사람과 소개팅을 하게 되어 그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한 명은 전문직에 외제차 타고 다니며 허세 섞인 자신감과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대기업맨이지만 아직 차도 없는 검소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난 후자를 골랐고 지금 한집에 살고 있다. 전자를 골랐을 때 내가 어찌 살았을지는 나도 안 가본 길이니 알 수 없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듯하다.
부자 장인어른을 만나 얻게 된 소중한 조언을 재미있는 글로 녹여 풀어내주신 작가님 덕에 나도 다시 한번 방향을 확인해 보게 되었다.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여 다행이다.
p.55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아. 지금의 젊음이, 건강이, 수입이 영원할 거라 착각하지. 돈은 아플 때 약이 되고, 배고플 때 일용할 양식이 되고, 추위를 막아줄 따뜻한 거처가 되고, 너의 아들 딸이 배우고 싶어 할 때 학비가 된다.
p.129
들썩거리지 말고 미련하리만큼 들고 가봐. 올랐을 때 팔고, 떨어졌을 때 다시 사는 게 쉬운 거라면 투자하는 사람 모두가 이건희 회장님처럼 부자 됐지. 그건 신의 영역이야.
p.244
포플러나무는 빨리 자라. 대신 강도가 약해서 금방 쓰고 버리는 이쑤시개를 만드는 데 사용되지. 반면에 박달나무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성장하지만 매우 단단해서 오래오래 쓰이는 악기나 홍두깨 같은 것들을 만드는 데 쓰이는 거야. 조급해하지 말고 깊이 파. 장훈이가 몰입한 만큼 진입장벽도 높아지는 거야."
p.268
부자 아빠는 돈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인생의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거드름 피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기에 늘 안전에 주의하고, 건강에 유의하며, 어려운 때를 대비해 자산을 쌓아간다. 사치와 허영은커녕 궁색하리만큼 지독히도 아낀다. 경제적 자유 운운하며 일하지 않고 놀 수도 있지만, 단 한 사람의 일자리라도 더 보전하기 위해 매일매일 머리를 쥐어뜯으며 내일을 염려하고 계획한다. 부자의 마음에는 '탐심'이 아닌 '책임'이 가득 찼던 것이다.
* 재넘어파 작가님!
로버트 기요사키도 '부빠가빠' 3권까지 낸 거 아시죠? 작가님의 책도 2권, 3권 후속 편이 계속 출간되길 고대해 봅니다. 귀한 이야기들 혼자만 알고 계시지 않고 이렇게 모두에게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