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얼 Feb 18. 2021

[마케팅책 알맹이] 상상하지말라.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을 보는 법



평점 7점 (기억할 내용이 많은책)

사람에 대해 편견 없이 깊이 생각하는 것으로도 잘 살 수 있음을 증명하는 책. 




이는 무슨 뜻일까? 흔히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사랑의 감정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천만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 많은 자녀들이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면 남은 분이 혼자 사시기를 희망한다. 돌아가신 분의 빈자리를 누군가가 채우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본인이 남겨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60대 이상의 홀로 된 분들에게 무기명으로 조사를 해보면 가장 하고 싶은 것 1위가 동거라고 한다. 결혼은 법률적인 절차도 번거롭고 결정적으로 상속 문제가 걸려서 어려우니 동거라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노련의 사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느 기업의 의뢰가 계기가 되었다. 요실금 팬티를 개발했는데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해서 이유를 분석해보니, 노인들의 남녀관계에 대한 이슈가 나온 것이다. 노인들도 이성에게 멋있어 보여야 한다. 그런데 요실금 팬티의 형태가 할머니 느낌을 너무 많이 줬다. 쉽게 말해 섹시하지 않은 것이다.

 

48쪽

 

이것이 마케팅이다. 마케팅은 숨겨진 욕망을 끝까지 뽑아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것을 에둘러 표현해야 한다. 대놓고 이야기하면 품격이 떨어져서 그것을 사는 사람들까지 없어 보이게 만든다. 기업은 그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50쪽

 

<마녀사냥> 프로그램을 기획할 단계에 담당 PD가 내게 자문을 구한 적 있다. 과감한 포맷이니 될 것 같은지 아닌지 의견을 달라는 것이었다. 난 무조건 된다고 했다. 왜 되냐고? 그 프로그램의 현재 20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케팅이 무엇인가 하면, 이미 있는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 없는 것을 억지로 상상해서 만들려다가 실패하는 데, 이미 있는 것을 건드려주면 실패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 사람들이 암암리에 실천도 다 하고 있는데 차마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금기를 깨 주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54쪽

 

 

화장품 기업이 우리 나라 여성을 대상으로 드링크를 출시하는 그림은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다이어트 효과는 2주일 안에 나타나야 하고, 그것도 기다리기 힘들어서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한국사람들은 오래 먹어야 효과를 보니 뷰티 푸드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소비자를 상대하던 국내 화장품 회사에서 해외용으로 드링크를 쉽게 기획할 수 있을까?

 

아모레 퍼시픽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사람의 시선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결코 알 수 없는, 다시 말해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 문화와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서 일어난다. 그들의 이해 못할 텐데 만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의 시선을 버리고 그들의 시선을 차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의 시선과 우리의 상식만 고집했다가는 우리의 앞길이 가로막힐 수 있다.

 

59쪽

 

 

이 때문에 상상보다 관찰이 먼저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욕망을 보고 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마케팅할 때 상상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의 속마음, 그 민낯을 가감 없이 전달하면 길은 자연스럽게 열린다.

 

그래 봐야 다 망한다. 신기한 것이 모두 일탈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안에 이미 내제 돼 있어서 ‘톡 건드려주면 터질 것 같은’ 욕망을 건드리는 아이템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사람들의 삶에 당신의 비즈니스가 체화되기를 원한다면, 섣불리 무언가 만들려 하지 말고 그들의 욕망을 빌려오라.

 

70쪽

 

 

소비자는 기업만큼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일단 기억을 못 한다.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고 사랑해주길 바라는 것은 기업의 환상일 뿐이다.

 

남들과 똑같아 보이면 그 순간 가치가 사라진다. 어떻게든 달라야 한다. 다르면 인지가 되고, 인지도니 다음에 기능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기억된다. 이 프로세스를 나의 차별화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송길영’ 이란 이름 석 자를 알리는 것보다 나의 특징과 효용을 알리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98쪽

 

이 아이들의 담론을 들여다보면 실로 흥미로운 지점이 나타난다. 어른들은 사용을 금지하며 이상한 말만 하고 물건을 파는 기업에서도 제품 정보를 주지 않으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정보를 찾는 수밖에 없다. 이 자력갱생의 시스템에서 그나마 믿을 만한 사람은 ‘언니’다. 아이들이 계속 ‘언니들, 이거 좋아?’ 하고 묻는다. 이 언니는 물론 실제 언니가 아니라, 동대문 옷가게에서 우리가 흔히 찾는 그 언니다. ‘언니, 이거 좀 봐줘’ 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다른 유경험자들이 설명해주는 것이다.

 

104쪽

 

사람의 삶에서 변하지 않는 궁극적인 활동은 의식주 아닌가. 인규는 그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아왔다. 의식주가 충족되면 그다음에는 문화로 관심이 확장된다. 그다음에는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헬스케어, 소셜라이징, 테크놀로지로 관심 영역이 넓어졌다. 이처럼 사람이 관심 갖는 영역을 따라서 보면 자연스럽게 세상이 보인다.

 

106쪽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업을 정할 때는 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내 생각에 그 조건은 3가지다. 첫 번째는 그 일이 사회적으로 유용한가, 두 번째는 내가 잘할 수 있는가, 세 번째는 남이 할 수 없는 일인가다.

 

121쪽

 

 

한마디로 우리 모두 장인이나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직업들은 모두 과거에 정해져 있는 방법만 그대로 익혀서는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이런 직업을 택해 돈을 벌기까지 미리 투자해야 할 시간과 노력이 상당하다. 무엇보다도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자질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바라기는 어렵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

 

123쪽

 

 

이러한 흐름을 보고 나면 ‘요즘 엄마’들의 특성이 명확해진다. 똑똑하게 자라서 사회생활도 할 만큼 하면서 30년 넘게 자기를 중심에 두고 살던 여성이, 엄마가 되었다고 갑자기 신사임당 모두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의 행복만큼 자신의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엄마들이 대세다. 엄마의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고되지만, 그래도 마냥 힘들어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기보다는 예쁜 엄마, 행복한 엄마가 되고자 애쓰는 모습이 이들의 표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자기 혼자서만 좋아서는 안 되고, 나의 예쁘고 행복한 모습을 누군가가 봐줘야 행복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유유자적, 안빈낙도하는 삶은 이들이 바라는 완전한 행복이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저 정도면 행복하겠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오죽하면 ‘명분 있는 행복’이란 말이 나오겠는가.

 

135쪽

 

 

‘주중 퇴근 후에 휴식을 취하며 배우자와 함께 가볍게 맥주 한 병 마신다.’

이 말은 곧 이 맥주를 블라인드 테스트해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위의 장면이 떠오른다는 뜻이다. 이 맥주의 광고를 찍는다면 당연히 이러한 장면을 따와야 할 것이다.

 

144쪽

 

새롭고 흥미롭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한다. 전통에 갇힌 박제된 한국이 아니라, 주체와 객체가 만나 함께 변화하며 만들어가는 한국이야 말로 언제나 ‘새롭고’ ‘흥미롭다.’ 주목이 경제의 기본 요소로 자리 잡은 세상에서 당신의 비즈니스는 어떠한 새로움을 주고 있는가?

 

154쪽

 

 

마케터로서 내가 바라보는 시장의 핵심 타깃은 2049, 젊은 층이다. 반면 적어도 나 같은 마케터가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계층이 있다. 50대 이상 남성이다. 오죽하면 50세 이상을 겨냥한 프로그램에는 광고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아무것도 사지 않으니까. 소비를 할 뿐, 아내가 사주거나 점원이 권해주는 대로 산다. 마케터는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이나 아이들, 젊은이들의 욕구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지 아는 기업이 성공한다.

 

161쪽

 

 

쿨하면 비싸게 팔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샤넬은 쿨하다. 쿨하다는 것은 단순히 예쁜 게 아니라 멋진 것이고, 결정적으로 비싼 것이다. 그런데 CEO가 쿨하지 않다면, 그것은 회사의 재앙이다.

 

 

더욱이 우리는 이미 가격을 무기로 삼을 수 없는 위치가 되었다. 중국이 버티고 잇는데 어떻게 그들보다 싸게 만들겠는가. 아이폰을 생산하는 팍스콘의 직원은 130만 명이다. 졸저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가 대만에 번역 출간되었는데, 팍스콘 회장이 그 책을 읽고 나를 초청해주어서 임원진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가서 절실히 느낀 점은, 이제 중국 기업과는 단순한 전략으로 싸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의 기술력이 괄목할 만큼 성장한 데다, 결정적으로 임금은 여전히 저렴하다.

 

164쪽

 

 

만약 당신이 요식업계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먹부림’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만사는 모두 연결돼 있으므로 어떤 사회 현상에서도 기회는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당신이 제약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사람들의 복통에 주목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위장약을 아저씨에게 팔았다. 예전에는 위와 관련된 고통이 전날 과음한 아저씨의 속 쓰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회식에서도 과음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오히려 홀수날 폭식하고 짝수날에 거식하기를 반복하는 젊은 층의 위장이 더 문제다.

그렇다면 같은 위장약을 팔더라도 마케팅 메시지를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술 마시는 40대 아저씨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20대 여성으로 팔 수도 있지 않겠는 가 말이다.

 

175쪽

 

 

예컨대 구글은 직원들의 식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관리는 한다. 구내식당에 비치한 초콜릿 용기와의 거리 등을 분석해 직원들의 간식 섭취 패턴을 파악한 다음, 초콜릿을 불투명한 용기에 담아 보이지 않게 하고 건강스낵은 투명 용기에 담았다. 냉장고에서 탄산음료는 아래쪽에 두고 눈높이 위치에는 생수를 비치해 집기 쉽게 했다. 이런 사소한 조치만으로도 직원들의 생수 소비가 47%나 증가했고, 설탕이 첨가된 음료의 소비는 7%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구글의 뉴욕 사무실 직원들은 7주간 총 310만 칼로리나 섭취를 줄였다.

 

178쪽

 

 

그러니 물성을 보지 말라. 물성은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에 부여하는 의미, 즉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깊게 보야아한다. 그때부터 답이 보인다. 같은 마케터라도 누구는 기능을 말하고, 누구는 제품을 말하고, 누구는 소비자를 말한다. 이 와중에 소비자도 아닌 인간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생각의 지평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88쪽

 

 

누군가의 어려움을 알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배려하라는 말은 언뜻 한가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사실 기업이 하는 모든 활동이자 그들이 지향해야 할 바다. 나아가 소비자를 어떻게 하면 잘 배려할 수 있는지는 기업의 핵심과제다.

 

229쪽

 

 

그러니 상대가 좋아할 것이라고 섣불리 넘겨짚지 말아야 한다. 관찰하고, 그를 위해 고민을 끝까지 할 때 부가가치가 극대화된다. 그러니 더 오래, 더 천천히, 그리고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얼마나 많이 팔지 고민하던 생각의 프레임을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그것을 충족시킬지로 옮겨가자. 선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고민을 시작하자.

 

236쪽

 

 

팔지 마라, 배려하라

 

어쩌면 이것이 이 책의 결론인지도 모른다. 팔려고 하지 말아. 그러면 팔 수 있다. 반대로 팔려고 하면 못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희귀해야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예컨대 봉떼 캔디의 자기소개를 보면 ‘서부 프랑스에 본사를 둔 고급 캔디 제조업체이며 150여 년의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전통 있는 가족 기업답게 이들은 ‘정통성과 품질이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부 공정은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다. 한마디로 많이 못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듣고 있으면 매번 품절사태를 빚는다고 소비자가 항의할 수도 없다. 품질 유지를 위해서라는 어쩔 건가.

 

245쪽

 

 

결국 관건은 무엇인가? 배려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인드를 읽고 배려해야 한다. 데이터를 볼 때도 단순히 그 안에 나타난 패턴을 해석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봐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알아야 그를 도와줄 수 있으니까.

 

251쪽

 

 

‘취향저격’이라는 격정적인 표현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요즘 소셜 데이터 상에서 자주 보이는 표현에 ‘취향저격’이 있다. ‘자기 취향에 딱 맞다’라는 뜻으로 무언가 내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을 때 스스로 ‘저격당했다’고 고백 한단 표현이다. 이 표현의 기저에는 남들의 눈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확신과 주체적 자신감이 담겨 있다.

 

260쪽

 

 

마지막으로, 책을 마치기 전에 ‘제대로 관찰하고 배려하는 법’에 관한 소소한 팁 하나를 드리겠다.

당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의 표정을 본 적 있는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못 읽은 사람도, 자기 아이 얼굴에서 언뜻 스치는 미묘한 표정 변화는 귀신같이 포착한다.

 

애정이 있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다.

 

270쪽

 


영상으로 책 해석과 실전사례를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ZQ8k8hawdn8

영상은 2월 18일 오후 12시 30분에 오픈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