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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Jul 12. 2024

중년 창업의 장점

30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내게 창업은 아주 먼 이야기였다. 그 시절 카카오, 네이버, 넥슨, 쿠팡 등등 수많은 스타트업의 성공을 지켜봤음에도 심지어 그 기업으로 이직해보고 싶은 생각조차 없었다. 그 당시 대기업이 안정적이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때문에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창업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런 생각이 바뀐 건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대기업들의 '변심'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다. 사업부 매각, 사업 철수 같은 것들을 내가 경험하면서 대기업에서는 내가 아무리 잘한 들 내 몫에 한계가 있는 건 물론, 운이 나쁘면 내 성과나 실적에 관계없이 내던져지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돌이켜보면 그때 왜 창업을 하지 않았나 싶다. 동기도 충분하고, 직장 경력 10년이 넘어 전문성도 어느 정도는 갖췄겠다 체력과 패기도 있던 시절이니 창업 적기라고 봐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땐 내가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어려웠다. 내 경력은 화학, 메디칼, F&B 등 제조업 분야 세일즈/마케팅인데, 그 당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IT 기반이었다. 따라서 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찾을 수 없었다.



그 후로 10년이 더 지나 이제는 창업의 발판이 될 자산이 더 늘었다. 첫째 여러 산업군을 넘어 다니고, 싱가포르를 비롯해 아시아 몇 나라 비즈니스를 해보니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둘째 그 사이 창업 경험이 있거나 VC 업계에 있는 동문/지인이 엄청나게 늘었다. 이 분들을 통해 물심양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큰 자산이다. 셋째 중년이 되니 감정변화가 크지 않게 된 것도 장점이다. 무슨 일이 생기던 쉽게 흥분하거나 기뻐하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그간 수많은 실패 경험을 통해 실패가 두려운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는 점이 가장 큰 창업 자산이다. 어떤 일의 결과는 오로지 그 일이 지난 이후에나 알 수 있다. 오늘은 실패였지만, 지나 보면 잘 된 일이 되기도 하고, 오늘은 성공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좋은 일만은 아니기도 하다는 걸 이젠 경험적으로 안다. 따라서 일의 결과에 나는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창업 실패의 고통을 우습게 보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실패에서 희망을 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실패는 혹은 성공은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이후에 어떤 점과 이을지는 전적으로 내 결정이다. 아무리 처절한 실패를 겪을지라도 반드시 좋은 점과 다시 연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여러 동료들과 함께 한 번 해보려 한다. 함께하면 힘들지만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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