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일하는 30대 초반 스타트업 대표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에너지가 넘친다. 밤늦게 까지 일해도 그다음 날 또 밤늦게까지 일할 수 있는 체력과 에너지가 있다. 곧 50이 되는 내게는 그런 육체적 에너지는 없다. 열정이야 충분하지만, 내 열정을 뒷받침할만한 육체적 에너지가 달리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든 그걸 보충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소위 ‘젊은이’를 따라갈 순 없다.
헝그리 하다. 대부분의 30대처럼 자산이 없는 친구이니 자산 형성 욕구가 나보다 훨씬 높다. 나 역시 30대 초반, 연봉 3~4천 받던 시절, 20억짜리 집을 지나가면서 동경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나 역시 충분히 가지진 않았으나, 집 한 채는 가지고 있고 와이프 역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보니, 그 친구처럼 헝그리 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미숙함이 보인다. 30대 초반이라고 생각하기엔 태도가 훌륭하고, 적어도 내 30대 시절에 비해 몇 배는 훌륭한 친구임에도, 경험이 적으니 미숙할 수밖에 없다. 일의 경중을 판단하는 능력은 경험으로 길러지는 것이라, 어디에 지금 시간을 더 써야 하는지 판단을 잘하지 못하니 낭비되는 시간이 많이 보인다. 반면에 나는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에 힘을 빼도 되는지를 아는지라 일에서는 낭비되는 시간이 아무래도 적다.
창업에 실패해도 잃을 게 상대적으로 적다. 직장 생활을 바로 시작해서 받을 수 있는 연봉에 비해서는 적게 벌면서 사업을 하고 있을 뿐, 창업 실패를 경험한들 인생이 나락으로 가지는 않는다. 반면에 나이가 50에 가까운 나는 10~15년 남은 커리어 중 몇 년을 날려버리면 기회비용이 아주 크다. 일반적으로 이때 40~50대에 직장 생활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언제 창업하는 게 좋은가?
정답이야 있겠냐만은, 경험이 충분히 있는 사람과 공동창업을 한다면 30대도 좋은 시기라고 본다. 반대로 젊은 인재들과 함께 창업을 할 수 있다면 나처럼 중년창업을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본다. 아무리 작아도 창업을 하면 조직을 만드는 일이라 소위 ‘신구조화’, ‘기술과 비즈니스의 조화’처럼 서로 다른 사람이 좋은 비율로 섞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이런 공동창업자를 찾을 수 없다면, 네트워킹 이벤트를 나가 찾는 게 순서라고 본다. 도저히 여의치 않아 젊은 사람끼리 창업을 한다면, 어느 정도의 미숙함을 감수하고, 헝그리함과 넘치는 에너지로 헤쳐나가는 수박에 없다.
반대로 경험이 충분한 사람끼리 창업을 해야 한다면, 리스크를 헷징 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많은 자금이 들어가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템보다는 빠르게 현금이 돌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창업은 꿈을 좇는 일이라 멋지긴 하지만, 그 꿈을 좇는 동안은 현실이다. 자금이 쪼들려서는 꿈을 좇는 일이 너무 어려워진다.
결국 창업의 적기는 개인의 상황, 경험, 네트워크, 그리고 아이디어의 성숙도에 따라 다르며,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점을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