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이미 싱가포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여기저기서 크리스캐럴이 나오고, 거리에 사람은 넘쳐나고, 살짝 들뜬 듯한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이런 들뜬 분위기가 연초가 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곧 중국계 싱가포르 사람들의 가장 큰 명절인 설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새해 1월이 되면 바로 설 명절 노래가 쇼핑몰마다 들린다. 곳곳에 "Gong Xi Fa Cai" 란 말이 커다랗게 써붙여져 있게 된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주요 민족 혹은 종교의 명절은 대체로 쉰다고 보면 되는데, 말레이계 혹은 이슬람의 명절인 Hari Raya Puasa와 Hari Raya Haji, 불교 명절인 Vesak Day, 인도의 명절인 Deepavali, 그리고 크리스트교의 명절인 Good Friday와 Christmas 등이 모두 공휴일이다. 이렇게 보면 많이 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공휴일은 11일로 한국대비 며칠 적다.
또 12월은 싱가포르 공립학교는 방학이라 공항은 번잡하기 짝이 없다. 우리도 아이들을 데리고 방콕을 가기로 했고, 이어서 한국에 가기로 했다. 이번 겨울 한국행은 원래 계획이 없었는데, 와이프가 한국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생기는 바람에 온 가족이 함께 가기로 했다. 사실 작년 겨울에 한국에 다녀오고 나서, 추운데 괜히 고생하는 거 같아 날이 좋은 초여름에만 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게 됐다.
창이 공항의 연말 풍경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복잡하다. 방콕 비행은 나 홀로 아이들과 함께라 쉽지 않을 텐데, 이어지는 한국행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연말 여행이 싱가포르에 사는 우리 가족에겐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크리스마스와 중국 설 사이,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는 이 시기에 우리도 서둘러 짐을 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