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가 아닌 창작자로서의 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준비하는 단계였다. 제품을 구상하고, 기술을 다듬고, 시장을 탐색하는 과정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 직원이 10명이 되었고, 본격적으로 회사를 굴릴 수 있는 규모와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대만에서의 세일즈를 시작하고, 한국에서 제품을 개발하며, 본격적인 실행의 단계로 넘어가려는 지금, 여러 감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기대와 흥분도 있지만, 솔직히 가장 큰 것은 부담감이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연습이 아니라는 점, 실제로 시장과 맞부딪쳐야 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긴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길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초기 반응이 보여준 신호는 분명 긍정적이다. 우리가 제안하는 방식이 고객에게 통했고, 그것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진짜 필요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결국 앞으로의 문제는 ‘될까, 안 될까’가 아니라, ‘어떻게 더 빨리, 더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옮겨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실행이 곧 차별화가 되고, 실행이 곧 신뢰가 된다. 운의 요소도 물론 있겠지만, 운을 자기 편으로 끌어오는 것 역시 결국은 실행하는 자의 몫이다.
대만에서의 세일즈는 우리에게 첫 번째 본격 무대가 될 것이다. 물류와 제조가 밀집한 이 시장에서 우리 회사 솔루션이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그 다음 단계는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반대로, 여기서 넘어지면 전체 전략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진출은 단순한 해외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서 개발하는 제품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대만에서 시장 반응을 얻는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가장 중요한 길이다.
나는 여전히 그림 앞에 섰을 때처럼 나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용기가 있는가. 화가가 눈빛 하나로 자기 자신을 응시하듯, 창업가로서 나는 이 무게와 불안을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모네가 순간의 빛을 포착하듯 우리는 지금 이 시기를 붙잡아야 하고, 수련의 붉은 꽃처럼 창의적이고 생생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결국 우리는 사업이라는 도구로 새로운 가치를 그려내는 창작자다.
앞으로의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가 비로소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다. 우리가 가진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실행하려는 의지를 바탕으로, 이 여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싶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반드시 더 단단해질 것이다. 나는 그 점에서 확신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