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일즈는 '하면 된다'는 태도로 어떻게든 일어났다. 하지만 앞으로가 진짜 문제다. 시작도 어렵지만, 그걸 10배, 100배로 키우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대만 시장 요구에 맞춰 제품을 만들었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프로토타입까지 완성했다. 내부 미팅에서 자신 있게 선보였는데, 대만 총괄이 한 말.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 포인트가 안 보입니다."
아니, 그건 대만 총괄이 할 말은 아닌데? 차별화 포인트는 대만 총괄이 우리한테 전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모두가 동의한 방향 아니었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해가 됐다. 대만 총괄로 영입한 사람은 세일즈에 특화된 사람이었다. 한 나라를 책임지려면 세일즈뿐만 아니라 고객 요구사항을 개발팀에 전달하고, 시장 분석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짜는 것도 해야 한다. 그 역할을 100%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였다.
사업이 커지면서 이런 '빈 공간'이 생긴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일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새 사람을 뽑거나, 지금 있는 사람의 역량을 키우거나.
난 후자를 택하고 싶다. 아직은 회사 규모상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한다. 대만 총괄도 세일즈를 넘어서 제품 기획 언어를 이해해야 하고, 개발팀도 시장을 직접 봐야 한다. 회사가 더 커져서 정말 한 사람이 감당 못 할 때, 그때 사람을 뽑아도 늦지 않다.
결국 내 역할은 이런 빈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을 메우는 것. 때론 내가 직접 뛰어들기도 하고, 때론 팀원들이 채울 수 있게 돕기도 한다. '하면 된다'로 시작은 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시스템을 만들 차례다. 그 과정에서 계속 빈 공간이 나타날 거고, 우리는 그걸 메우며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