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잭변 LHS Mar 12. 2023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던 시절

마스크가 있었던 2020년대 초반 우리의 일상

마스크가 처음으로 우리의 일상에 등장한 2020년 그때, 우리에게 마스크는 절박함의 상징이었습니다. 인터넷의 마스크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눈치싸움과 고군분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름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해서 무력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스크를 사는 것 밖에 없었거든요. 우리 대부분에게 그것은 생애 처음으로 겪어보는 생필품 대란이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마스크 대란이 지속된 지 몇 달 만에 배급제를 시행하기 시작했고, 그것 역시 대부분의 세대들에게 생애 처음으로 경험해 본 배급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에 스며든 하얀색 마스크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캔버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혹자에게는 마스크가 정부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스크를 잘 쓰자는 정부의 메시지를 아니꼽게 생각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극단적인 정치색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그 하얀색 마스크라는 캔버스 위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라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숨은 감염자는 아닐까 하여,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얼굴을 기꺼이 가리는 마음이 마스크의 뒤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스크는 우리의 표정을 가리는 도구였지만, 역설적으로 또 다른 여러 메시지를 드러내는 도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팬데믹의 3년이 지나고, 이제 마스크는 우리에게 일상의 권태가 되기도 했고, 아직도 남아있는 경각심에 대한 환기로 남기도 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모두는  마스크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쯤은 각자 가지고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보관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가지게 되었고,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기능을 갖춘 마스크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낯선 방식으로 새로운 시절을 적응해 가면서, 이제 서로의 눈빛만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에도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마스크에 가려진 표정을 상상해 가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배려를 행하기도, 혹은 서로의 권태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제 3년간 지속되어 온 마스크 규제는, 완전 해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 때는 참 낯설었다가 금방 일상이 되어버린 이 하얀 마스크의 시절은 분명 오랜 시간 후에는 우리에게 어떤 아련함으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마스크에 그려졌던, 혹은 가려졌던 어떤 마음을 기억해 낼 것 같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