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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Sep 29. 2023

우리의 사랑을 막는 것들 앞에서는, 춤을

<로미오와 줄리엣 and more> 리뷰

금기가 사랑을 방해할 때의
두 가지 결말

사랑을 다룬 예술작품에서 ‘금기’가 사랑을 방해할 때, 그 이야기는 보통 두 가지 결말로 치닫는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혹은 기존의 금기가 깨지거나. 전자는 비극이 되고, 후자는 교훈이 된다.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람들의 오해와는 달리 명백히 후자의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함께 죽어 이루어졌고, 두 가문은 화해한다. 결국 그 이야기에서 바뀐 것은 ‘사랑’이 아니라 ‘금기’였다. 따라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주인공이 운명에 의해 파멸하는’ 고전적 ‘비극’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LG아트센터에서 23일 막을 내린 <로미오와 줄리엣 and more>도 그런 원작의 이야기를 매우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리고 제목의 이중적인 부분 <and more> 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More 1. 모어처럼 금기에 도전하기

c. 연극연습 프로젝트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대종상에 올려놓으면서, 한국 문화계와 무용계의 가장 핫한 스타로 자리매김한 ‘모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돌아왔다. 작품은 그의 삶을 반영한, 독창적이고 용기 있는 해석을 담았기에, ‘로미오와 줄리엣 and more’라는 제목은 극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었다.


극은,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한, 혹은 인생의 고통을 처음으로 느끼는 듯한 모어의 절규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의 깊은 마음의 심연에서 발견한 듯한 무용수들은 다양한 동작으로써 세상을 겪는 마음속 혼란과 또 그에 대한 대답으로서의 드레스를 표현하며 극의 서두를 인상적으로 진행시킨다. 몸짓 하나하나에 직관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을 지닌 모어의 표현력은, 극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하고, 어느덧 줄리엣으로서의 모어에 관객은 몰입했다. 두 연인의 사다리 키스신은, 어느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인생의 복잡하고 가식적인 흐름 속에, 두 연인은 마침내 서로를 발견한다. 그때부터, ‘로미오와 줄리엣 and more’는 두 연인을 둘러싼 사회적 금기를 이야기하는 원작을 따라간다. 두 사람은 운명처럼 만나지만, 서로를 둘러싼 금기를 발견한다. 그것이 처음에는 사회적인 어떤 것이라, 두 연인은 그 금기를 차분히 깨부순다. 그 금기를 깨는 방법은, 줄리엣이 로미오에게 가르쳐 준다. 머리끄덩이를 잡아끄는 사회적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로미오는 끝내 줄리엣이 건네준 발레복을 입고 춤을 추어내고 만다.

c. 연극연습 프로젝트
More 2.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지만,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 에는, 사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랑의 장애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죽음’ 그 자체다.


<로미오와 줄리엣 and more>는 이 지점에서 원작에서 한 발 더 more 나아간다. 원작의 두 연인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에 굴복하지만, 우리도 원작에서처럼 죽음에 굴하여야 하는가.


사실 우리는 많은 경우 죽음 앞에 굴한다. 죽음에 굴하는 것은, 언젠가 이 사랑이 그 죽음으로 인해 멈춘다는 것을 의미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 혹은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시간을 붙잡을 수 없음에 절망하는 태도다. 원작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죽음으로 상대방을 잃어버렸다는 오해로 얼룩진 절망 때문에, 다시금 독약을 마셔 버린다


 <로미오와 줄리엣 and more>의 대답은 다르다. 춤판. 죽음이 없는 것처럼 즐기는 난장판이 그려진다. 죽음을 가져온 총을, 마치 어떤 장난인 것처럼 즐기고 노는 죽음의 즐거운 춤판이, 무대 위에 흥겹게 펼쳐졌다. 그 난장은 즐겁다. 유쾌하다. 그리고 부활을 가져온다.


어쩌면 우리의 사랑에 난관이었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은, 편견이건 죽음이건, 우리가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다른 것일지 모르겠다. 그것이 <로미오와 줄리엣 and more>가 우리에게 한 발 더 나아가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Let’s dance
more like More.


모어처럼 춤을 더 추자.  죽음이건 금기이건, 사랑을 막는 아무것도 이곳에는 없는 것처럼. 그것이, 사랑을 막는 모든 난관을 웃어넘기는 가장 우아하고 가장 성공적인 방식일 수 있다. 마치 모어처럼.


c.연극연습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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