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자본론’을 읽고 떠났던 '츠타야'기행
세금과 회계를 다루는 회사의 기본은 정확성과 신뢰이다. 기업 경영에서 실수 없이 꼼꼼히 챙겨야 할 부분을 위탁 관리하여 클라이언트가 본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일이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하는 일이다. 나는 이곳에서 인사와 주요 고객사 관리를 담당하는 무급 파트타이머 대표 이사로 재직 중이다. 세금을 줄이고자 친인척을 인건비에 인위적으로 포함시키는 부정행위를 지양하기에 정규 근무 시간에 고정 출근하지 않는 나에겐 위와 같이 긴 수식어가 붙은 직함을 갖게 되었다. 숫자를 다루는 고리타분한 직업이라고 여기던 이 업이 좋다고 느끼게 된것은 고객사와 동반 성장하기에 진심으로 고객사의 사업 순항을 위한다는 점이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우리 회사는 사업자의 세금을 기장 대리하는 일에서 낳아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부시책과 기업 지원 분야를 리포트하며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적절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때로는 당사가 직접적인 제안을 대신해 경영 서적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최근에 매출액 3백억 이상으로 급성장하여 당사의 주요 고객사 그룹에 합류한 기업의 대표에게 선물한 책은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제안한 ‘츠타야’의 수장 ‘마스다 무네아키(增田 宗昭)'의 '지적 자본론(知的資本論)’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통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스토리를 담은 책으로 사례 위주로 간략히 쓰였지만, 가볍지 않은 이유는 ‘디자인의 정의’를 새롭게 해석하며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지적 자본’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새로운 분야의 확장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시점에 건넨 이 책은 5년 전에 읽고 책에서 기술한 장소에 두 번의 일본 여행을 통해 직접 다녀왔을 만큼 그가 말하고자 하는 디자인의 정의와 취향의 제안이 궁금했다.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 속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츠타야(TSUTAYA) 서점’은 일본 여행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이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그 이유가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를 한눈에 관망할 수 있고, 서점에 상주한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 일지언정 모르는 이들이 없을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미학적인 측면이 아니라 머릿속에 존재하는 생각에 형태를 부여해 고객 앞에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제안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읽고 책에 나온 공공 도서관을 민간 기업이 참여하여 바꾸었을 모습이 궁금해 남편에겐 100년 전통의 온천이 있는 곳이라는 구실로 사가(佐賀) 현의 다케오(武雄) 시로 향했다. 후쿠오카에서 기차로 한 시간 떨어진 곳으로 온천 도시지만 규모가 작고 조용한 인구 5만의 지방 소도시이다. 100년 역사의 료칸인 ‘교토야’에서 숙박을 하고 동네를 걷다 보면 어렵게 찾지 않아도 닿게 되는 곳이 다케오시 공공 도서관이다. 이곳은 소도시에 비해 규모가 큰 도서관이었지만 이용률이 10% 미만인 것을 아쉽게 여긴 타케오시의 젊은 시장의 제안으로 츠타야가 위탁 운영에 합류하면서 연 중 100만 명의 인파가 다녀가는 명소로 급부상하였다. 사진 촬영을 금지하지 않아도 내부로 들어서면 넓은 서고에 많은 이용객이 머무르고 있음에도 흐르는 적막감을 깨는 것이 미안해 자연스례 카메라를 꺼내지 않아 내부 촬영을 하지 않았다. 이 소도시를 걷다 보면 어디든 숲을 끼고 걷게 될 만큼 시골 마을이다. 그런 이곳에 이토록 멋진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커피 향이 풍기는 아늑한 공간에 누구나 열람이 가능한 개방형 도서관과 분야 별 전문가가 제안 한 신간 서적 그리고 해당 분야의 책 옆에는 어김없이 취향을 저격한 제품들이 놓여있다. 예를 들어 여행과 산악등반에 관련한 책 옆에 작은 캠핑 용품과 휴대용 스피커 등이 말이다. 그리고 이 여행을 가서 들으면 좋을 음반까지 이 여행책을 고르는 이가 좋아할 낭만이 함께 구비되어 있다. 이런 디스플레이도 츠타야의 수장이 말하는 스타일과 취향의 제안 중 일부일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함께 떠났던 도쿄 여행 중, 지인들은 왜 일정의 절반을 관광지가 전무한 신 도시급의 ‘후타코 타마가와(二子玉川)’에서 보냈는지 궁금해하였다. 그저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주거지로 ‘락쿠텐(楽天)’ 본사가 있다는 것 외엔 여행객이 굳이 시부야에서 외곽선을 타고 들릴 동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책에서 언급한 장소로 저자가 제시한 츠타야 공간에 대한 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 곳이다. 아울러 기존 매장과 달리 가전제품을 전문적으로 구비하였는데, 배경지식이 없이 매장을 방문하였다면 녹색 식물이 곳곳에 어우러진 ‘그리너리(greenery) 한 공간 디자인에 가전 매장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가전제품의 딱딱함을 푸른 식물들과 배치해 보다 편안하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 제품을 꼼꼼히 살펴 볼 수 있게 하였고, 제품을 보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구매로 이어지기에 이와 같은 공간 배치를 디자인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곳엔 어김없이 해당 제품의 세일즈 맨이 아닌 가전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디자이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해답이다. 그러지 못한 기업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마스다 무네아키-
기업 생존의 열쇠를 ‘디자인’으로 본 저자의 생각은 업태를 불문하고 적용할 수 있다. 경제 성장은 둔화된 지 오래고 한정된 시장 안에서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이젠 영역의 구분조차 모호해지는 밥그릇 경쟁이 치열하다. 소득의 양극화는 모든 직업에 해당된다.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말이 모든 전문직 종사자에게 해당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경제 상황과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전제하에 회사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앞으로의 영업은 찾아가는 영업이 아니라 찾아오는 영업으로 바뀔 것이다. 많고 많은 회사 중, 반드시 우리 여야만 하는 이유를 갖추고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