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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Apr 12. 2022

불완전한 나의 삼십 대에게

내가 나에게 보내는 나의 이야기

  어른이 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으리란 생각 누구나 해봄직하지 않은가? 이번 연도는 저번 연도보다는 나아지겠지, 이러한 생각을 가질 때가 있었다. 분명 조금은 괜찮은 구석이 있을 거야. 무언의 긍정 주문을 외치기도 했었다.  실제로 인생을 자의 길이에 빗대어 보자면 0.01mm라도 다음 연도는 조금씩 괜찮아지긴 했으니까. 성공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씩 경력을 쌓으면서. 과거의 경험이 헛되이 지워지지는 않게 나름 열심히 살았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지냈었다. 완전한 것 같다가도 불완전한 삼십 대는 어느덧 시간의 파도를 타고 중반을 향해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부동산, 재테크, 보험, 세금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는 나지만, 조금씩 어깨너머로 주워들으며 깨닫게 된 것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주택청약은 꼭 들어야 한다는 것, 조금씩이라도 저축을 해야 할 것, 결혼자금은 이 정도니 모아둘 것 등 사회에서 어른으로써 아니 보편적인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 해야 하는 목록들이 생겼다. 


  그 무렵 나는 또다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를 결정했다. 쉬는 동안 건강은 회복했지만 당장 먹고살아야 할 방도가 필요해서 많이도 방황했다. 그래서 다시 구직을 알아봤다. 많이도 방황했었다. 무언가 어떤 분야에 대해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중고 경력직으로 들어가려니 마지막에서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스스로 가치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계속 이어졌었다. 결국 방황하다 얻은 결론은 나는 무어라도 되기 위함이 아니라 뭐라도 써야 되는 사람이었다. 

  퇴사 후 아침마다 브런치를 쓰기 시작했다. 그건 써야 되는 것이 아닌 내 삶을 남기기 위한 기록이었다. 여느 회사원들처럼 아침잠을 떨치기 위해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마셨다. 잠들어 있는 뇌를 깨우고 펜을 들었다. 그날그날 생각나는 데로 떠오르는 것을 공책에 옮겨 적었다. 이를테면 어제, 오늘, 그제 내가 마신 물을 보면서 물이 달다 깨달으면 그 모습을 느끼고 글로 옮겨야 되는 사람이었다. 불완전한 나를 말하기 위해 써야 했던 것, 그건 10대 때도 20대 때도 30대 때도 변치 않은 사실이었는데 30대가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


  종이를 접으면 접은만큼의 자국이 남듯이 경험을 해봐야 그 내용과 깊이를 몸 소 깨닫게 된다. 쓰는 것은 내게 매번 생각의 물음표와 마침표를 번갈아가며 시침질하듯 움직인다. 마치 종이를 접었다 펴 생긴 주름처럼 시행착오를 하게 만든다. 앞으로도 난 안정된 삶보다 불안정 아니 불완전한 삼십 대 사십 대를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냥 주저앉아 울지는 않을 것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울음을 터트릴 시간에 한 번이라도 일어나서 한걸음이라도 걷고 뛸 것이다. 내가 우는 서러움 속에 최대의 노력을 담아 기록으로 남겨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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