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왜 혼자 있고 싶을까
회사-집 출퇴근을 한지 일주일남짓 됐다. 그런데 그 사이 반려견이 이상해졌다. 어두컴컴한 방 안 안방으로 들어가 아빠가 깔아 둔 이불 위에 가만히 앉는다. 자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닌데, 괜히 신경이 쓰인다.
"딸기야 이리 와" 아무리 불러도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 시간이 않았을 때는 내 몸에 찰싹쿵 달라붙어 있었는데... 이제는 귀찮아진 것일까. 아니면 정말 혼자 있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반려견 우울증 혹은 치매인 것일까. 열여섯, 열일곱 살 정도 되는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친구 한 명이 말하기를 내 반려견이 치매일 수도 있다고 한다. 강아지가 멍 때리는 일이 많은 것이 치매 초기일 수 있단다.
나는 초록창에 '강아지 치매'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활동력 감소' '부르는 언어에 반응이 늦어짐' '반기는 반응도 늦어짐' 등 해당되는 체크리스트를 보니 대다수가 내 반려견에 해당됐다. 겁이 났다. 녀석의 기억에서 내 냄새가 사라질까 봐. 내 손길이 다른 사람의 손처럼 낯설게 느껴질까 봐. 무엇보다 제일 무서운 건 혼자만의 세계에서 음울하게 있을 녀석. 내 오랜 동반자, 반려견 딸기 자신 이리라.
차라리 나를 귀찮아하는 거라면 몇 번이라도 따로 잘 수 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게 문제다. 하루는 자정이 다 된 시간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내 옆에 오게 해 나란히 누워 자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녀석의 얼굴 근처에 손을 갖다 대려 하자 겁을 먹는다. 내 손을 방망이라도 본 것 마냥 깜짝 놀라 뒷걸음치는 것 아닌가. 두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귀가 먼 것인지 확실히 나를 반기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지금 이 사실이 두렵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누워 녀석이 먼저 나를 찾도록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뿐이다. 만사를 귀찮아하고 구석에 숨는 모습 등은 강아지 초기 치매 증상, 즉 인지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는 열심히 약과 규칙적인 운동 등 녀석이 남은 여생 동안 최고의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그동안 짧은 산책을 해 준 것이 후회가 됐다. 어릴 때 더 맛있는 걸 못 준 것도 신나게 못 놀아 준 것 등 아쉬운 점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혼자 멍 때리며 녀석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정말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녀석 때문인데 이제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할 수가 있을까.
퇴근한 후 나는 내 방에 들어와 불을 끈다. 녀석처럼 한참 동안 멍을 때렸다. 그러다 녀석이 혼자 멍 때리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사람보다 빨리 가는 강아지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