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죽은 회사원의 속마음
會社[모일:회, 모일:사]
어렸을 때 나는 회사원은 싫다며, 죽어도 회사원이 되기 싫다고 말했었다. 나는 꽥 발악 한번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고 그렇게 회사원이 되었다.
회사라는 단어에 “모인다”라는 것이 두 개나 들어간다. 사람을 모으고 모아서 만들어졌다는 뜻일까? 영리라는 목적을 모으고 모은다는 뜻일까? 또라이를 모아 모아 만든다는 뜻일까? 짐작이 가는 대답이 있기는 하다만... 일단은 적지 않아 본다. 나는 회사를 다니며 무엇을 모았을까 생각해 본다. 영리 활동을 목적으로 하니 당연 돈이겠구나 생각하겠지만 치킨 하나 주문하는데 주저하는 나를 보니 돈은 아닌 것 같다. 개인의 능력을 키웠을까 생각해 보면 증명할 방법이 없어 애매하다.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사실 대답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나는 화를 모았다. 회사를 다니면 화가 마일리지처럼 적립된다. 그것도 매우 잘. 몰래 밖에서 써버리고 돌아와도 “언제 사용하셨나요 고객님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라고 말하면서 다시 마일리지를 적립시켜 준다.
회사는 시간과 노동력을 사용해 화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일이 많고 적고, 그 일이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와는 상관없다. 새로운 일은 나를 화나게 만든다. 누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건,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일인지도 상관없다. 일처리를 능숙하고 매끄럽게 할 수 있는지 그 일에 대한 내 숙련도 따위도 중요하지 않다. 일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일이 나타난다는 사실 그 자체가 화를 만든다.
이렇게 쌓이다 보면, 어느새 시한폭탄처럼 타인에게 화를 넘기게 되어있다. 그 사람은 내가 왜 화났는지 알지 못하고 회사가 만들어낸 화를 뒤집어쓰고, 또 다른 화로 자신을 채운다. 이렇게 회사는 화를 모아 모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에 감정에 대해 한번만 생각하고, 내가 오늘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들은 모르잖아라고 얼마 남아있던 이성의 끈을 잡을 때 즈음엔 이미 나는 참 나쁜 사람이 되어있다. 내 작은 그릇에 한번 더 서글퍼진다. 또라이를 모아 만든 이 회사는 결국 또라이를 악인을 만드나 보다. 포켓몬스터에 로켓단도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을 거야라고 생각해 본다. 사회에 툭 밀려 죽은 채로 사는 것도 모질라, 화를 품고 악인으로 산다니 참으로 서글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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