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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파스타 잘 먹어

by 신수현

어느 날 문득, 마음의 허기를 채우듯 언니와 함께 엄마를 모시고 떠날 여행을 준비했다.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지도를 꺼내듯 엄마의 취향을 더듬어 보았다.


‘엄마는 무엇을 좋아하실까? 무엇을 가장 맛있게 드실까?’


질문은 허공을 맴돌다 돌아왔다. 오십을 훌쩍 넘긴 딸은 정작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친구인 엄마의 입맛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기억의 앨범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엄마와 단둘이 오붓하게 길을 나선 적은 없었다. 희미한 흑백 사진처럼 남은 기억은 초등학교 여름방학, 마을 사람들과 단체로 실려 가듯 떠났던 민속촌과 에버랜드(당시 자연농원)가 전부였다.


그날의 나는 왜 그렇게 철없는 울보였을까?


왁자지껄한 단체 식당에서 비빔밥과 냉면이 차려졌을 때, 낯선 나물들이 뒤섞인 그릇을 보며 나는 먹을 게 없다며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같은 반 남자 동창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당황한 엄마는 “여기서 이러면 안돼? 창피하게 울지 말고 아무것나 먹어야돼. 여긴 집이 아니야”라며우는 나를 나무라셨다.철없는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엄마는 어쩌면 그 시절, 당신의 손을 잡고 세상이 떠나가라 우는 나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며 창피함을 견뎌내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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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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