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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샘 Oct 23. 2023

존중의 욕구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18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Chapter18. 존중의 욕구


사람들이 살고 싶은 세상은 우주 어딘가 존재할지 장담할 수 없는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그저 항상 상식이 통용되고 지배하는 세상... 이 아닐까?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중에 매슬로우라는 인물이 있다. 풀네임은 아브라함 해롤드 매슬로우.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지 잘 모를 수 있지만 매슬로우 교수의 이론을 들어보면 '엇! 어디선가 들어본 얘기인데!'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상 나도 매슬로우 교수의 풀네임은 이번에 인터넷을 뒤적거려 알게 된 것이다. 풀네임과 함께 이론 설명을 곁들이면 나도 왠지 지식인으로 보일 것 같은 자그마한 소망을 담은 조사였음을 밝힌다. 하하하. 매슬로우의 대표적 이론은 '욕구 단계설'이다. 


욕구는 단계별로 존재하고 있어 하위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그다음 상위 욕구로 이동한다는 이론인데, 1단계는 생리적 욕구 – 2단계는 안전의 욕구 – 3단계는 애정 소속 욕구 – 4단계는 존중의 욕구 – 5단계는 자아실현 욕구이다. 아마 각 단계의 이름만 들어도 어느 정도 느낌이 올 것이다. 


1단계인 생리적 욕구는 식욕, 수면욕, 성욕 등을 말하는데, 역시 1단계가 가장 중요한 단계인 듯하다. 사실 먹고 자고 싸는 문제가 해결되면 사는 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문제가 해결된 것 아니던가!!!!(아닌가??) 2단계인 안전의 욕구는 내 몸을 보호하는 욕구를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먹고 자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경제적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래서 안정적인 돈벌이도 하고 위험한 곳은 피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나 보다. 그 다음은 애정 소속 욕구인데, 연인을 만들고, 가족을 이루고 친구를 사귀는 행동들이 이 욕구에 기반한다. 그다음 단계가 존중의 욕구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자존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자아실현욕구, 자기실현을 이루고 잠재력을 끌어내어 극대화할 수 있는 욕구라고 이야기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게 된 장애인들은 위에서 얘기한 욕구 중 1~3단계를 어느 정도 충족하게 된다. 먹고 자고 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직장이 생겼으니 경제적, 물리적으로 안정된 삶을 이루어 나갈 수 있으며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일하게 되니 소속감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 충족되었다면 이제 그다음 '존중의 욕구'로 이동이 되어야 할 텐데 여기서 단계의 허들을 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공공의 조직이라면 그 조직문화가 더욱 경직되어 있어 그런지 이 '존중'이라는 벽이 웬만큼 노력해서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 증거로 우리나라에서 시험을 보고 고위직이 된 것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상승하여 고위직이 된 시각장애인의 사례가 찾기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늘상 이야기하지만 나의 짧은 식견으로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을 테니 혹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분들이 계시다. 한국인으로 게다가 시각장애인으로 백악관에서 근무한 강영우 박사님과 현재도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신순규 님이 바로 그 사람들이다. 물론 두 분 다 위인전이 나와야 할 만큼 훌륭한 분들이고 대단한 노력이 함께 했다는 것을 풍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분들이 굳이 우리나라가 아닌 타향 땅에서 그런 성공을 거둔 것은 여타의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는 듯 하다. 혹시 여타의 설명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니가 설명할 말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은... 대단히 날카로운... 하하하.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의 정도가 중증인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직장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그 직장에서 일반인들과 똑같이 대우받으며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는 더욱 어렵다. 물론 예전에 비해 많은 정책들이 제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방향성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음에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생계유지를 위한 지원 쪽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만 하는 것은 아니어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력개발원과 같은 장애인 고용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관에서도 관련 통계를 내놓은 적이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애가 있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서 고위직인 고위공무원단에 속한 장애 공무원의 비율이 전체 장애 공무원 중 0.2%밖에 되지 않았고, 또한 직무배치와 관련해 ‘근무배정 시 장애 배려’, ‘직무 재배치‧조정 요청 수용’이 부정적, 근로환경에 대한 합리적 조정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 의원의 물고기 '코이'이야기가 주목을 받았다. 물고기 코이는 작은 어항에서는 10cm, 수족관에서는 30cm, 강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는 특성이 있다. 이 물고기의 특성에 빗대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주변의 환경과 지원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연설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현대사가 6.25 전쟁 이후부터라고 생각할 때 이제 딱 70년이 되었다. 그리고 선진국의 반열에도 올랐다.(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에 오른 첫 번째 케이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역사도 국력도 세계 어느 유수의 국가와 겨루어도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이제는 약자들을 위한 정책의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생계유지형 정책들은 유지하되 플러스 알파로 비장애인과 진정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주는 사회가 필요하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인간이면 누구가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꼭 승진이나 재력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받는 인정과 존경은 자존감을 높이고 삶을 살아가는 데 쓰이는 연료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존경받고 싶어서 이런 글을 적는 것은 아니다. 하하하) 이제 좀 더 나은 정책과 인식의 변화로 우리나라의 유수한 장애를 가진 인재들이 해외에 나가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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