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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우 Jan 25. 2022

'막걸리'에 대한 하나의 고찰

 술이 금지된 몇몇의 무슬림 국가 들을 제외하고선 대부분의 국가들엔 사람들의 애환과 역사가 담긴 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외국의 곳곳을 경험하며 느낀 건 한국만큼 애주가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상대적으로 술값 또한 저렴하고 새벽의 날이 새도록 열려있는 공간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나라에 쌀이 부족하여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시켰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로 인하여 명맥과 대가 끊겨버린 전통주 문화가 참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들에게 가장 잘 남아있고 대중화가 되어있는 전통주의 하나는 막걸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예전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던 막걸리와 지금의 막걸리에는 제조 방법에 있어 조금의 차이가 있다.

 

 막걸리를 만드는 데에 가장 필요한 필수적인 재료는 누가 뭐라 해도 ‘누룩’이다. 술을 빚는 데에 있어 청주나 보드카 또는 위스키와 같이 증류를 시켜 술을 빚는 방법이 있는 반면 막걸리는 와인, 맥주와 같이 발효를 통하여 효소를 알코올로 치환시키는 술이기 때문이다.


 술은 아니지만 요구르트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박테리아가 좋아하는 따스한 온도의 우유에 박테리아를 품고 있는 이미 만들어진 요구르트를 첨가함으로써 우유에 박테리아 즉 유산균을 증식하게  만드는 방법인데 막걸리 또한 같다. 박테리아가 뛰어놀기 좋은 환경에 이미 박테리아를 품고 있는 누룩과 박테리아에게 영양분을 줄 수 있는 고두밥 섞어 놓음으로써 발효가 되게 만든다.


 크게 일본식 누룩과 한국식 누룩에는 차이가 있는데 예전과 달리 일본식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이유인즉슨 일본식 누룩이 누룩 자체의 대량 상산이 용이하고 그에 따라 막걸리의 대량 생산에도 훨씬 편리한 데에 있다.

 찹쌀을 익히고 콩으로 메주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게 하나의 덩어리를 만든 후 누룩 균을 살포하여 배양하는 한국식 누룩과는 달리 쌀을 찐 후 그냥 쌀 알갱이에다 누루 균을 배양하는 일본식 누룩 제조법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만드는 방법이 용이한 건 사실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누룩을 배양하는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누룩을 만들기 위해 익힌 쌀이 너무 뜨거워도 차가워도 안되며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0도 언저리에서 누룩균을 배양하지 않으면 균이 자라지 않을 확률도 높으며 온도와 더불어 습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리하여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지금 현대의 대부분 막걸리들이 일본식 입국을 사용하여 막걸리를 빚지만 대표적으로 부산에서 만들어지는 금정산성 막걸리의 경우 여전히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국식 누룩을 사용하여 막걸리를 빚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막걸리를 직접 담가 보면 크게 드는 의문은 시중에서 마시는 경우에 비해 알코올 도수도 높고 단맛이 많이 없음을 느낄 수 있다. 사실 과학적으로 이는 매우 당연한 이야기인데 레드 와인이 그렇게 달지 않듯 효소가 발효를 통해 알코올로 치환되는 과정에서 단맛은 사라지고 신맛이 더욱 두드러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김치가 익으면 신김치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발효 과정이 끝나고 대게 발효된 막걸리에 정제된 물과 당을 첨가하여 맛을 내는데 요즈음에는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곳들이 많다. 제로 콜라에 설탕 대신 쓰이는 재료로 일반 설탕에 비해 약 200배의 단맛을 가지고 있어 소량의 양으로도 충분히 단맛을 내어주나 아스파탐에 의해 막걸리의 숙취가 독하다는 설 또한 존재한다.

반면 자연적으로 단맛을 더욱 끌어올리는 방법 또한 있는데 고두밥으로써 찹쌀을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이렇게 되면 단가의 측면에서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막걸리는 왜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을까?


 물론 초록 병에 든 소주와 같이 가격도 합리적이고 보통 농촌에서의 새참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우선 역사를 한번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예전 중국 송나라의 역사서를 보면 고려 사람들은 쌀로 빚은 색이 탁한 술을 마신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을 보아 막걸리가 아녔을까 하고 추정해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기록에 의하면 고려시대 때 누룩을 이용해 포도주를 담가 마셨다는 기록 또한 존재한다. 이는 누룩을 이용하여 술을 담가 마시던 문화가 굉장히 대중적으로 오래되었음을 보여준다.


 사실 그에 비해 위에 언급한 소주는 생각보다 한국에 정착한 역사가 조금은 짧다. 인류의 역사에 증류식으로 술을 빚는 기술은 중동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이 기술이 유럽으로 처음 전파된 건 십자군 전쟁 당시 유럽이 중동에서 들고 간 식문화의 하나로 볼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원나라 간섭기 즉 몽골에 의해 증류법이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다. 유럽과 중동을 말 그대로 자기 손바닥에 넣었던 원나라가 정복하며 발견한 기술이 되려 고려에 전해지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선 사실 지배계층이었던 양반들이 가장 즐기는 술은 청주나 전통 소주와 같은 증류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증류하고 남은 찌꺼기 즉 술 지게미를 받아와 민간 계층에서 막걸리를 담아 마신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막걸리는 술을 넘어서 하나의 중요한 영양분 공급 수단이 아녔을까 한다.

 마치 중세의 유럽에서 맥주를 마시는 고기라고 묘사한 것처럼 실제로 막걸리는 청주나 소주에 비해 영양분이 더욱 풍부한 것은 사실이다.


 끝으로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주이자 하나의 뛰어난 문화라 생각하는 막걸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식문화 중 하나로 더욱 알려지길 바라보며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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