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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우 Aug 27. 2021

마늘의 민족, but 마늘의 기원이 한국이 아니라니..

한국인의 필수 재료, 기원을 찾아서

 21세기 현재의 한국인들에게 ‘한식’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들과 함께 그 음식들을 만드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재료들이 있다. 가령 여러 종류의 장들 그리고 웬만한 한국 음식에서는 절대 빠지지 않는 마늘과 고춧가루 등 한식을 묘사하게 하는 재료들 중 당연히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이 재료가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까지 와서 정착했는지를 보면서 가슴이 웅장해 짐을 느낀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라 생각했던 몇 가지 음식 재료들의 기원을 살피고 언제 어떻게 한반도로 넘어왔는지의 과정을 살펴보려고 한다.


   

마늘



 마늘이야 말로 한국 음식의 필수 재료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김치에도 간 마늘이 필수로 들어가며 찌개나 국, 심지어 나물 무침에 조차 마늘이 들어가는 영역은 무시무시하게 넓다. 1인 마늘 소비량 또한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나 매우 신기하게도 마늘의 기원은 한반도가 아니다.


 마늘이 처음 생겨난 곳은 지금 인천 공항을 통해 비행기로 가려고 해도 꽤나 먼 거리에 있는 북아프리카의 ‘이집트’가 기원이다. 실제로 이집트 문명의 벽화에 보면 마늘을 꿀에다 절여먹었다는 기록 또한 남아있다.


 마늘은 지금 동, 서양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재료이나 동양에 처음 퍼지기 시작한 건 중국 한나라 시기 때라는 설이 매우 강력하다.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실크로드가 한나라 무제 때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중국으로 넘어왔고 이에 이어 한반도로도 넘어왔다는 것이다.


 여담으로 단군 신화에 보면 웅녀가 마늘과 쑥만을 먹고 사람으로 변했다는 묘사가 있으나 여기서의 마늘은 우리가 아는 지금의 마늘이 아니라는 설이 강한데 이유인즉슨 마늘이 한반도에 들어온 게 그 이후의 시대라고 보는 경향이 많으며 흔히 산마늘, 울릉도에서는 명이나물이라고 불리는 백합과의 식물이 이미 한반도의 자생 식물이었기에 웅녀가 먹었던 마늘이 정확히 어떤 종이였는지는 지금도 제대로 추측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고추



  위의 마늘과 더불어 고추를 빼놓고서 한국 음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다. 요리사의 입장에서 유럽의 다른 요리사들을 만나며 ‘한국 음식’의 이미지를 물어보면 ‘맵다’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는 것을 봐도 말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4000년 한국인 역사에서 고추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비교적 매우 최근의 이야기이다. 16세기 말 임진왜란 당시 일본을 통하여 한반도에 고추가 들어왔다는 게 가장 강력한 설이나 동아시아에 고추가 전파된 시기를 보자면 사실 매우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고추의 기원은 다름이 아닌 중앙아메리카, 남 아메리카 대륙을 뿌리로 보고 있는데 ‘콜럼버스’가 15세기 말 신대륙을 발견하며 아메리카 대륙의 몇 가지 작물들을 유럽으로 가져오게 된다. 대표적으로 감자, 옥수수 그리고 고추 등이 있다. 스페인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일찍이 해상 무역로를 개척해야 했던 포르투갈은 이미 이 시기부터 중국의 마카오와 일본의 나가사키를 통하여 무역을 하고 있었는데 이 즈음 포르투갈 상인들을 통해 고추가 동아시아로 전파되었다는 설이 가장 강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에 고추를 건네준 건 일본이지만 정작 고추를 건네준 당사자들보다 건네받은 한국 음식에서 고추와 매운맛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신기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보게 된다.


   

들깨



 들깨를 이 항목에 넣은 건 들기름 때문이 아닌 ‘깻잎’이 큰 이유에서 인데 전 세계 깻잎 소비의 무려 90% 이상이 ‘한국’ 단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 오랜 세월 지내고 있지만 실제로 한인마트에 가지 않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보기가 꽤나 힘든 재료이기도 하며 일본의 ‘시소’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 또한 참 많이 든다. 

 들깨의 고향을 보통 인도와 중국 중남부 지역으로 보긴 하지만 통일 신라 시대 때 이미 들깨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한반도에 자리 잡은 지는 꽤나 오래된 식재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참고로 들깨와 참깨는 아예 다른 종자인데 실제로 들기름과 참기름의 맛 또한 다르며 들깨와 참깨가 주로 품고 있는 영양소 또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콩 (대두)



 위의 언급한 재료들 또한 지금의 한식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들이지만 누가 뭐라 해도 한식의 핵심은 ‘장’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장들의 기본이 되는 메주의 기본 재료가 ‘대두’이기에 이 글 속에서 언급해보고자 한다. 


 사실 대두는 위의 언급한 재료들과 달리 한국인의 DNA를 같이 공유하는 재료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두의 기원 자체가 한때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 중 하나였던 두만강과 그 이북의 만주 지역을 뿌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음식 중 ‘맥적’이라는 음식을 보면 더욱더 ‘대두’와 ‘장’이 우리 민족의 역사에 오래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신라나 백제에 비해 날씨가 춥던 고구려의 경우 사냥과 채집 문화가 매우 발달해 있었다. 그리고 사냥해 온 동물들의 고기를 지금의 된장과 비슷한 발효된 장안에 넣고 숙성, 보관시킨 후 필요할 때  구워 먹은 음식을 ‘맥적’이라 불렀다.


 위의 예 들을 몇 가지 보다 보면 오히려 미래에 가면 우리가 생각하는 지금의 ‘한식’의 형태가 또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 있겠다는 생각을 크게 해 보게 된다. 문화란 늘 유동성이 있는 것이고 고려, 조선시대 때의 사람들 입장에서 후손들이 떡에다 고추장을 풀고 유럽에서 온 치즈를 올려 먹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해봤을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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