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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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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May 13. 2022

비 맞는 아이

음악으로 추억 여행

음악은 확실히 추억을 소환하는 데 탁월한 매개다. 멜로디 하나로 무의식 저편에 모셔져 있던 옛날의 기억들을 줄줄이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널 지우려고 해]는 나의 국민학생 시절을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시대의 아이콘이라고도 불리는 그들과 이 노래는 나의 학창 시절 일부라고 해도 지나친 찬사가 아니다. 짧고 강렬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축복이다.

3-4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쩌면 5학년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 당시 대구에 있는 성당동 주택가에 살고 있던 나는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들과 놀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차게 내렸다. 당연히 우산은 없었다. 소나기 같아서 건물 안에 들어가서 비가 멈출 것을 기다릴까 싶었지만 그냥 비를 맞고 가기로 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없었지만  맞는  좋아했었다. 흠뻑 젖고 나면 왠지 모를 시원함이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3집 앨범 표지


한편, 그 당시 나는 카세트 플레이어를 항상 가지고 다녔었다. 학교에도, 친구들과 놀러 갈 때도 삼성의 마이마이(mymy)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형태는 변했지만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다. 그때는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음원도, CD, 아닌 카세트테이프였다. 돈이 없는 나 같은 꼬맹이들은 공테잎을 사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녹음하거나 길거리에서 파는 복제품을 구입해야만 했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2 하여가부터는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대구 동성로에 있었전 타워레코드에 직접 갔었다.


타워레코드 기사 사진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그날 오후, 나는 이어폰으로 흘러온 [널 지우려고 해]를 계속 듣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집까지 걸어갔다. 어쩌면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차에서 나를 봤을 때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 알 수 없는 행동과 음악은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내게 큰 추억으로 남았으니 그 얼마나 축복인가?!

가끔 아무 의미 없고 철없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추억과 행복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오늘이다. 부담임으로 학급별 주제학습 인솔 차 대학로, 성대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우연히 들은 곡 하나로 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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