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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보안관 Jul 14. 2021

근황. 뭐하고 사는지, 뭘하고 살고싶은지에 대해

브런치에 들어온 게 육개월 만이다.

그 동안 ..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주제와 벗어나므로 그 일들은 생략(사실 귀찮아서)하겠다.


근 3개월 동안 정신이 멍한 상태로 보내고 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쯤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그 때 난 세상 삼라만상이 다 불행하다고 생각했었다.

돈도 없었고, 전공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했고, 무엇보다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에 심취했었다.

이걸 할지, 저걸 할지.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바뀌었고, 그렇게 몇달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취직은 해야되고, 남들처럼 의미없는(?) 토익공부는 하기 싫고, 

그렇다고 전공도 썩 맘에 들진 않아 학점관리도 딱히.. 그냥 진짜 아무 내세울 것 없는 대학생이었다.

그러다 문득 노무사라는 직업을 수업시간에 잠깐 들은 게 떠올랐고, 시험준비를 시작했다.


노무사엔 떨어졌지만, 수험 경력으로 입사도 했고 상경도 했었지.

재미있는 회사생활을 지나 결혼과 출산. 힘겨운 회사생활로 돌아가 결국 퇴사.


퇴사한 지 이제 근 2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또 다시 대학생이 된 기분이다.

뭔가 나를 위한..의미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마음속에서 올라온다.

유학을 준비하려고 사 둔 아이엘츠 책을 들여다 보면서,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일지 떠올리는 게 요즘 일상이다. 


그리고 문득, 스토너라는 소설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글귀가 있어 다이어리에 적었다.


"내가 다시 대학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철학과 고대역사에 대한 기초강의, 영문학 강의를 듣고 싶다."


아. 어쩜 나의 생각과 거의 일치하는 문장이다. 

남들이 보면 공부를 기똥차게 잘하고,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겠지만 또 그런 사람은 아닌..나란 사람..


아무튼 요즘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저 문장을 뇌에 새기며, 불안과 설렘이 공존하는 나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어쩐지 수중에 넉넉한 돈은 없지만, 자꾸 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내나이 삼십대 중반에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공부를 (정확히는 석사를) 하고 싶은게 가정과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까 싶기도 하다.


하고싶은 석사는 추리고 추려보면 


교육학 (유아교육/초등교육)

영문학

인적자원개발 


이정도 인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난 경영학 전공자라... 저 전공 어디에도 발을 담궈본 적이 없다. 

(인적자원개발은 몇개 수업만 들었었고..)


가고 싶은 나라는 미국...아니 또 왜인지 한국에서 석사는 하고싶지 않아..왜때문일까..


내년이면 삼십대 중후반으로 접어드는 이 애매한 나이에, 


내년에 애가 초등학생이 되는 아주 중요한 나이에, 


우리집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상황에,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맞는걸까. 


염치불구하고 공부하고 싶은 이 비정상적인 욕구를 어찌 다스려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중이다.


뭐 그냥. 그렇다고.



어찌보면 팔자좋은, 그러나 내 인생에서 두번째로 진지한 고민중인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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