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들어온 게 육개월 만이다.
그 동안 ..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주제와 벗어나므로 그 일들은 생략(사실 귀찮아서)하겠다.
근 3개월 동안 정신이 멍한 상태로 보내고 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쯤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그 때 난 세상 삼라만상이 다 불행하다고 생각했었다.
돈도 없었고, 전공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했고, 무엇보다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에 심취했었다.
이걸 할지, 저걸 할지.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바뀌었고, 그렇게 몇달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취직은 해야되고, 남들처럼 의미없는(?) 토익공부는 하기 싫고,
그렇다고 전공도 썩 맘에 들진 않아 학점관리도 딱히.. 그냥 진짜 아무 내세울 것 없는 대학생이었다.
그러다 문득 노무사라는 직업을 수업시간에 잠깐 들은 게 떠올랐고, 시험준비를 시작했다.
노무사엔 떨어졌지만, 수험 경력으로 입사도 했고 상경도 했었지.
재미있는 회사생활을 지나 결혼과 출산. 힘겨운 회사생활로 돌아가 결국 퇴사.
퇴사한 지 이제 근 2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또 다시 대학생이 된 기분이다.
뭔가 나를 위한..의미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마음속에서 올라온다.
유학을 준비하려고 사 둔 아이엘츠 책을 들여다 보면서,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일지 떠올리는 게 요즘 일상이다.
그리고 문득, 스토너라는 소설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글귀가 있어 다이어리에 적었다.
"내가 다시 대학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철학과 고대역사에 대한 기초강의, 영문학 강의를 듣고 싶다."
아. 어쩜 나의 생각과 거의 일치하는 문장이다.
남들이 보면 공부를 기똥차게 잘하고,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겠지만 또 그런 사람은 아닌..나란 사람..
아무튼 요즘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저 문장을 뇌에 새기며, 불안과 설렘이 공존하는 나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어쩐지 수중에 넉넉한 돈은 없지만, 자꾸 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내나이 삼십대 중반에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공부를 (정확히는 석사를) 하고 싶은게 가정과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까 싶기도 하다.
하고싶은 석사는 추리고 추려보면
교육학 (유아교육/초등교육)
영문학
인적자원개발
이정도 인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난 경영학 전공자라... 저 전공 어디에도 발을 담궈본 적이 없다.
(인적자원개발은 몇개 수업만 들었었고..)
가고 싶은 나라는 미국...아니 또 왜인지 한국에서 석사는 하고싶지 않아..왜때문일까..
내년이면 삼십대 중후반으로 접어드는 이 애매한 나이에,
내년에 애가 초등학생이 되는 아주 중요한 나이에,
우리집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상황에,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맞는걸까.
염치불구하고 공부하고 싶은 이 비정상적인 욕구를 어찌 다스려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중이다.
뭐 그냥. 그렇다고.
어찌보면 팔자좋은, 그러나 내 인생에서 두번째로 진지한 고민중인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