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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보안관 Aug 31. 2021

오늘 나는 평화로움

아침부터 비가 온다. 

이런 날은 침대에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어려운데, 딸도 똑같아서 아침 등원시간이 길기만 하다.

그래도 씩씩하게 등원해준 딸을 뒤로하니, 귀찮은(?) 발레 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일년 만에 초급반 딱지를 떼고 나니, 매트 수업을 졸업하고 몸쓰는 일이 많아졌다. 

덕분에 발레가 끝나면 나같이 땀구멍이 제로인 사람도 땀범벅이 된다. 샤워하고 날 때의 개운함이란.


화요일마다 우리 아파트에는 작은 장이 서는데, 당연히. 떡볶이 트럭도 오신다.

씻고 개운하게(?) 우산을 쓰고 떡볶이를 사와서는 좋아하는 유투버의 새로운 영상을 듣는다. 


난 어릴 때부터 특이하게 음모론을 좋아했는데, 이와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주시는 분이다. 

열심히 받아적어가며 듣고, 남편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나니 임무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8월 한달 간 아이에게 화를 좀 많이 낸 것 같다.

화를 내면 속이 풀어지고 시원해지면 좋으련만, 어찌된 게 아이는 아이대로 예민하게 굴고 이 기운이 남편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어 냉랭한 저녁식사를 한 적이 몇 번 있다.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닥치는대로 책을 읽은지 열흘 즈음 지나니, 나만의 페이스를 찾게 되어 아이를 좀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물론 남편에게도 마찬가지.

내 마음만 고쳐먹었을 뿐인데, 가정이 이렇게 화목할 수가 없다. 


역시 이래서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는 걸까.


평화라는 게 별거 없다. 얼굴 찌푸릴일 없이 밝고 건강하게 하루를 잘 살면 그게 평화아니고 무엇일까.

오늘은 (아직까지는) 감정 기복도 거의 없다. 

밖은 굵은 빗방울이 지칠줄 모르고 내리는데, 어찌된 일인지 마음은 아주 진정되고 평온한 상태이다.

궂은 생각과 느낌, 불안한 감정들이 비에 씻겨가기라도 했을까.

마음이 괜시리 꽉 찬 느낌이다. 

지구력이 약해 이 순간 이 느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나는 평화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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