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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현 Nov 03. 2019

염색!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느 아재의 반성

나이가 들면 흰머리가 늘어난다.


처음에는 새치라고 했다.

제정신 못차린

몇가닥 머리카락의 반란인줄로만 알았다.


이따금씩 시간을 내어

게릴라전을 펼치는 반군을

색출하여 제거해왔는데…
 

방심했는지 아니면 조치가 미흡해는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질긴 생명력에 의해 머리 전체가 점령당해버리고 말았다.


흰머리는 검은 머리보다 힘이 세다.

뻣뻣하고 두꺼워 삐죽삐죽 바짝 일어서 있다.

그래서 흰머리는 더 도드라져 보인다.

나이가 들면 힘이 없어지는데

흰머리는 왜 이리 힘이 센지 미스테리다.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더욱 드러내고 싶은 모양이다.

자신의 존재를 감히 무시하지 못하게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고집이 세지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머리가 흰머리에게 지배를 당해서 그런가 보다.


꼴도 보기 싫다.

내 눈에서 사라져버리게 하고 싶다.

염색이라도 해서 없애 버릴까?


아니 그냥 두어야겠다.


내가 그걸 보면서

꼰대가 되어버린 나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아니 잘 보이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혹시 내가 세상물정 모르는 헛소리를 하고 있을 때

듣는 사람이 내 흰머리를 보면서

알아서 걸러 들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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