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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구름

엄마의 섬망 증세가 시작되다.

by 하얀곰

이전 날, 많이 힘들어하던 엄마는 새벽에 섬망 증세를 보였고 위액을 담당하던 콧줄을 스스로 빼냈다고 간호사선생님께 연락받았다.

장루 +장폐색 환자에게 콧줄은 다양한 역할을 하는 거라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콧줄이 없으면 위액을 담당할 기관이 없어진 것이다.

시급히 다시 콧줄을 끼우려 했지만 말이 콧줄이지, 코 안쪽으로 집어넣어 몸 안속 깊숙이까지 넣어야만 해서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그렇게 엄마는 하루를 콧줄 없이 지내며 체력이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생전 신경질을 내지 않던 엄마가 입술에 묻은 이물질을 닦아주던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짜증을 내는 것을 보았다. 엄마의 한계구나 싶었다.

아이는 챙겨야 하고, 엄마는 아프고 내 몸이 두 개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 시간도 점차 끝나가고 있는 걸 알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전날 아침 저녁 2번을 왔으니 다음날은 오지말자 했으나 그래도 엄마가 힘들겠다 싶어서 병실에 들렸다. 아이와 함께 찾아갔는데 엄마는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손으론 무언가 자꾸 잡으려 하고 무언가 말하려는데 알 수 없었다. 눈을 감은 것인지 뜬것인지 모를 만큼 엄마는 힘이 빠지고 있었다. 종종 토하는 모습에도 아이는 할머니를 걱정하며 눈을 살짝 뜨고 자신을 바라본다고 좋아했다.


나는 그렇게 엄마와 이별 준비를 시작했다.

애교 없이 자란 딸이라 엄마에게 사랑한다 한 마디 하는 게 무척이나 어색했다. 집에 갈 때가 돼서야 "엄마~사랑해~ 또 올게!" 말하며 헤어졌다.

엄마가 커다란 알반지를 챙겨주고 자신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양평에 가고 싶다며 삼촌 앞에서 울면서 얘기할 때 이제 슬슬 결정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콧줄을 빼고 섬망 증세를 보이던 다음날 진통제를 맞아도 너무나 아파하는 모습에 24시간 약효가 가는 진정제를 맞았고 24시간 이후에는 깨어날 줄 알았으나 그건 내 착각이었다.

엄마는 그 이후로 숨은 쉬고 있으나 말하지 않으며 눈을 뜨지 않는다.

가끔 욕창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 찡그리긴 해도 대부분은 미동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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