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호 Dec 07. 2023

대구와 청주의 거리에 대하여.

물리적 거리와 온정적 거리에 대한 비교 관찰.

대구와 청주의 거리.‘


대구와 청주의 거리가 얼마쯤 일까.

얼마 전 그 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둘째 이서가 태어나고, 아내 난이와 이서가 서로의 몸을 떠난 아쉬움을 조리원에서 휴식으로 달래고 있을 무렵이다.


청주 본가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렇듯 우리 아버지도 급한 용건이 있지 않으면 전화를 하지 않으시는 분이다.


- 어 대호야.

- 네 아빠. 무슨 일이세요.

- 언제 이서 보러 갈까.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언제든 괜찮다.


이미 며칠 전 12월 중순, 즉 한 달 뒤쯤 이서가 세상살이가 이런 것이구나 느낌이 올 때 즈음 대구에 오시기로 얘기를 나눈 터였다.


- 아빠 12월 중순에 오시는 걸로 알고 있어서 숙소 예약해 놨어요~

- 아 그래. 알고 있다. 근데 문자가 왔어.

- 문자요?

- 그래 이서가 우리를 기다린다고 문자가 왔어. 우리는 언제든 괜찮으니까 갈 수 있다고 얘기해 주러 전화했다.


아니 태어난 지 일주일이 안된 이서가 청주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싶어서 문자를 보냈다고?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여 어버버 거리고 있을 때.


빠싯!

머리를 스치는 기억!!


조리원에서는 매일 오후 네 시부터 다섯 시까지 신생아실 아이가 눕는 자리 카메라를 이용해 가족이면 누구나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코로나 여파로 면회가 불가하기에 시작된 서비스이리라.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어플에 가입해야 하고, 어플에서는 가족으로 등록된 사람들에게 이용을 독려하는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문자였다.


[Web발신] 아기가 기다리고 있어요~!

아빠(혹은 할아버지, 할머니)! 베*캠으로 보러 오세요~

산후조리원에서 새로 탄생한 소중한

우리 아이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아이보리 베*캠에

김난이님이 김이서의 아빠(혹은 할아버지, 할머니)로 등록하셨습니다.

……


이 문자를 보시고서는 청주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서가 오래 기다릴까 애가 타서 전화를 하셨던 것이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전화를 끊은 지 한참이 지나도 마음에 따듯한 파도가 쳤다.


카카오맵으로 확인해 보니 대구와 청주 본가와의 물리적인 거리는 163.4 킬로미터이다.

하지만 우리는 손녀가 보고 싶어 한다면,

오늘이든 내일이든 무슨 일이 있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출발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 이전글 1456시간의 비행을 마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