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의식의 흐름
오늘 점심에 시어머니에게 카톡이 왔다. 감을 따러 갔다 와서 유기농 감이 생겼는데 이걸 선선한 곳에 두면 말랑해져서 맛있다고 좀 가져가서 먹으라는 내용이었다. 시어머니는 우리 집에서 차로 5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동네에 살고 계신다. 감을 가져가는 방법으로는 남편이 나가면서 시어머니네 들려서 감을 가져가는 것과 시어머니가 나가면서 우리 집 근처에서 나에게 전달해주시는 것을 물어보시길래. 나는 재빨리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씻었다. 오늘은 내가 외출할 계획이 있으니 오빠에게 감을 받아오라는 미션을 떠넘기고 핸드폰으로 근처 공부하기 좋은 카페를 찾았다.
내가 매번 가는 장소는 정해져 있다. 그 외에 다른 카페를 도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오늘은 특별한 스케줄도 없고 갔던 곳을 또 가기 싫어 새로운 곳을 도전해 본 것이다. 블로그에서 알려준 동네 친구한테도 알려주기 싫다는 공부 하기 좋고 조용한 카페에 도착하니 왁자지껄 시장 바닥이었다. 전혀 공부하러 오는 느낌의 카페는 아니었다. 어쩌겠는가? 나는 운동한다 치고 여기까지 걸어와서 빨리 시원한 음료를 한 모금 먹고 싶었고 다른 곳을 갈 기력이 없었다. 난 여기 있는 사람이 다 나가서 이 카페가 조용해질 때까지 버티겠다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사실 마음에 드는 자리도 없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앉았다. 내 앞에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면 소음도 조금씩 사라졌다. 하지만 나의 옆 테이블 고등학교 자녀를 둔 엄마들의 대화 끝이 없어 보였다.
대부분 사라진 테이블에는 다시 30~40대 여자 두 명씩 채워졌다. 여자 두 명씩 온 카페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보는 드라마, 학교 이야기, 학원 이야기, 대학 이야기 등 대충만 들어도 머릿속으로 ‘지겹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용이었다. 소중한 개인 시간에도 모든 정신이 아이들에게 가 있는 모습이 불편했다.
또 나의 이기적인 못된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보다 더 중요한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어른은 못 되었다. 아직은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미성년자 자식에게 몰두하는 인생도 자기만족이 되면 헛된 인생은 아니므로 순간적으로 불편하다고 들었던 생각에 반성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지독하게 나밖에 관심이 없구나’ 생각했다.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관계 형성’에 주체적으로 되었다. 회사에만 가면 봐야 했던 사람들, 듣기 싫어도 앉아서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사라졌다. 결혼 전에 나의 인간관계는 물갈이되듯 미세하게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은 끊어졌고 끊어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맺고 싶은 인연에는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먼저 손을 내밀어 본다. 누가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지켜야 할 세 가지 명언 중 시간을 다르게 써라, 만나는 사람을 바꿔라, 장소를 바꿔라. 가있지 않나. (정확하게 기억이 잘 안 난다) 여하튼 난 이것을 프리랜서가 된 후 어쩌다 착실히 실행하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가는 장소, 생각하는 것들, 중요시하게 되는 것이 점차 바뀌어 갔다. 그리고 난 그것이 마음에 든다. 지독하게 나밖에 관심 없는 삶은 행복하다. 그리고 난 그런 사람들을 알아보는 재주가 있다.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