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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Sep 19. 2022

엄마랑 소백산 국립공원 등산 일지

엄마와 내가 가장 젊은 날의 추억

2022년 9월 12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엄마랑 소백산 비로봉을 찍고 왔다.


엄마와 소백산 등산은 서울 체크인 9화의 한 장면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이정은 : “이제 부모님과 여행을 좀 다니려고 하니깐, 요즘에는 좀 버거우신 것 같아”

이효리: “걷기가?”

이정은: “피곤하시대, 의욕은 거의 청춘이야. 스무 살 같으시다고 그러는데 못 걸으셔”

이효리: “우리가 이제 그럴 나이 때인가 봐~”



2021년 아빠가 돌아가고 나서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엄마를 향했다. 아빠는 항상 하고 싶은 것을 보고, 말해주었는데 나는 뭐가 그리 바쁘다고 같이 해주지 못했을까? 생각을 한참 한 적이 있다.

TV 속 보이는 모든 것, 삶 속 보이는 모든 것이 아빠가 하고 싶은 것의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계속 나중에~ 나중에~ 미루다가 지금은 아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딸로 남았다.


그래서 난 이 장면을 봤을 때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또 나중에~ 나중에~ 하고 있구나! 엄마와 내가 가장 젊고 건강할 때가 지금일 수 있다. 그래서 엄마와 소백산 국립공원 버스 티켓을 바로 끊어버렸다.








버스 티켓은 충동적으로 끊었다고 해도 6시간 등산에 대한 두려움은 꽤 컸다. 내가 6시간을 등산할 수 있는 체력인가? 경험이 없어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내가 나를 돌보기 힘든 상황에 엄마도 힘이 들 것이고 다녀와서 엄청난 몸살에 걸리면 큰일이다. 6시간 등산의 두려운 생각은 계획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게 했다.













등산스틱과 소백산 국립공원 버스 티켓은 (2022년) 추석 선물이기도 했다. 소백산 등산 일정에 엄마는 그렇게 반가워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2일 등산하고 바로 다음 날 출근을 하는 일정으로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석 당일날은 소백산 등산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소백산 등산은 나와 엄마 둘이 서로의 부족한 것을 채우면서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미션 같은 느낌이었다. 소백산에 도착했을 땐 날씨가 흐린 덕분에 산 냄새는 더욱 진하게 느껴졌으면 공기는 아주 시원했다. 긴장이 약간씩 풀리고 기분이 좋았는지 엄마는 초반부터 빠른 스피드로 젊은 사람들을 제쳐나갔다. 난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쫓아 올라가기 바빴다.


나는 요번 등산으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소백산은 돌산이라는 점과 소백산에만 있는 신기하게 생긴 풀 모양도 인상 깊었다. 산 중간까지 계곡이 이어져 있어 물소리와 함께 등산을 할 수 있다는 것까지. 그리고 엄마는 젊었을 때 YMCA 산악회 회원으로 밤에 등산해서 해 뜨는 보고 하산하는 ‘등산 고수’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 구경 또한 재미 중 하나였다. 굉장한 근육질 사람을 자주 마주칠 수 있었으며, 여자 또한 등산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등산을 한 지 1시간 30반 3km 정도 올라왔을 때 난 정말 많은 에너지가 빠졌었다. 머릿속으로 ‘아 진짜 쉽지 않네? 힘들 줄은 예상하였는데 진짜 힘들다.’ 생각하고 있었다.

어의곡에서 출발한 소백산 등산길은 총 5km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 처음에는 돌길이 이어지고 다음은 계단 지옥 다음은 오르막 능선으로 비로봉에 도착하는 길이었다. 3km 지점에 도착했을 땐 비로봉까지 2km가 남았고 계단 지옥의 시작점이 보였다.





3km 정도 올라오면 등산을 하는 모든 사람의 머리가 젖어있다. 계단 지옥이 시작되기 지점 바로 앞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제 계단을 바라보면서 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앉아 있던 사람들이 다 같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돌길보단 쉬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몸은 무거워질 때로 무거워졌고 한 계단 한 계단 발걸음이 힘들었다. 다들 페이스가 늦춰지면서 같이 올라가는 몇 사람이 형성된다. 그때 옆에 사람이 같이 온 파트너에게 해주는 말이 나에게 말하듯 아주 가까이서 들린다.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오길 정말 잘했어~”

“여기 오면 계단 끝난다~”



꼭 나에게 말해주듯  힘이 나는 말 덕분에 바닥으로 떨어진 나의 에너지가 다시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1시간 등산 후 비로봉으로 가는 하이라이트 구간에 들어서게 된다.



소백산의 정상에서 풍경은 정말 너무 멋진 풍경이었다. 힘들었던 2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잊혀 갔다. 시야에 걸리는 것이 없이 뻥- 뚫린 풍경은 쾌감, 뿌듯함, 신기함, 경이로움 많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와 함께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소백산은 설산도 멋지다던데 겨울에 한 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랑 소백산 등산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엄마랑 소백산 등산 인스타툰 [#생각줍줍] 으로 연재 중입니다. 놀러 오세요.

https://www.instagram.com/conti_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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