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가 탕후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익은 과일이 아닌 먹기 좋게 설탕물이 발린 반짝반짝 빛나게 보이는 탕후루.
나의 실력이 들통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이 증상은 개인 프로젝트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친 후 생겨난 증상이다. 펀딩을 진행하면서 끝나면 푹- 쉴 거라는 다짐을 계속했지만 여태까지 푹 쉬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어딜 길게 놀러 가지도 못했고, 몸이 소파에 누워있어도 신경은 9월 계획, 10월 계획에 가 있었다.
내가 나를 인정을 못해서 오는 나의 불안일까, 이번이 어쩌다 온 운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상에서 엉덩이를 떼지 못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나는 에너지는 정말 작고, 내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의 양도 너무 한정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미 많이 소진된 에너지가 채워진다고 해도 금방 소진이 된다. 꼭 완충이 안 되고 발열이 심한 핸드폰 같은 느낌이랄까. 배터리가 닳는 속도가 빠르다.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합리화도 굉장히 빨리 진행된다. 설탕물이 발린 반짝반짝하고 건강에 안 좋은 탕후루라면 어떤가. 이 시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본질을 놓지 말고 더 잘 익은 최고의 맛이 낼 수 있는 과일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잘 견뎌보자고. 아직은 더 공부하고 쌓을 때라는 것을 잊지 말자. 담담하게 걸어가 당당하게 인정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