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애정이 그렁그렁 담긴 눈으로
까칠하지만 땀이 배어 나오는 손바닥으로
달싹 달싹,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입술로
안 그런 척 분홍빛인 귓등이
언어로는, 말로는
사람들의 합의로만 이뤄진
그 언어라는, 말이라는 도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언제 우리가 이 마음을 약속이라도 한 적 있던가
이것이 어떻게 감히 능동적인 제어가 가능하단 말인가
부러 이름 붙이지 않아도,
앞으로도 이름 붙일 수 없는 이 마음을
곧 넘쳐흐를 듯 바라보는 눈빛에서
안달 난 듯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에서
뜨거움에 메마른 입술에서
마음이 향한 쪽으로 기울어진 귀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우리 말을 아끼자.